‘공제조합’이 플랫폼 노동자 보호와 조직화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5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디지털전환과 노동의 미래위원회’의 첫 노사정 합의에서 정부가 플랫폼 노동자의 협동조합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 플랫폼 노동자 상호부조를 활성화 하려면 ‘플랫폼 노동자 공제회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4일 오후 한국노총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비정규직위원회는 서울 중구 경사노위에서 ‘플랫폼 노동자 노동실태 및 공제회 설립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은 올해 7~9월 플랫폼 음식배달노동자(170명)와 대리운전노동자(178명)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들 중 86.2%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위임·도급계약을 맺고 있었다. 근로계약은 1.4%에 그쳤다. 4대 보험 가입률도 매우 낮았다. 고용보험 가입률은 5.2%였는데 그중에서도 본인이 전액 부담하는 ‘자영업자 고용보험’에 가입된 비율이 16.7%를 차지했다. 반면 고용불안은 컸다. 플랫폼 음식배달 노동자 25.3%, 대리운전노동자 33.7%가 최근 1년 새 실직(소득 상실)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는 이들은 임시 아르바이트를 구하거나(35%) 배우자 또는 가족의 소득으로 생계를 유지(41.8%)했다. 수입이 없어 예·적금을 헐어 생계를 유지했다는 응답도 23.3%를 차지했다.

플랫폼 노동자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28.5%로 우리나라 정규직 평균 국민연금 가입률 87.5%의 3분의 1수준에 그쳤다. 플랫폼 노동자의 산재보험 가입률은 이보다 낮은 18.7%였다.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이들은 교통사고 발생 위험에 대비해 연간 700만~800만원 수준의 종합보험이나 책임보험(연 200만~500만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번 조사에서 플랫폼 노동자의 사고율은 32.5%로 우리나라 평균 재해율(0.6%)의 50배를 넘었다.

장진희 연구위원은 “플랫폼 노동자에 공제회 설립 여부를 물었더니 72.4%가 필요하다고 답했다”며 “특히 연령이 높고 소득은 낮을수록 공제회 필요성을 크게 느꼈다”고 설명했다. 공제회는 공동의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스스로 자금을 모아 운영하는 상호부조 단체다.

이향숙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사회보장제도 틀 안에 플랫폼 노동자를 진입시키려는 노력과 함께 플랫폼 노동자가 주체로 공제회를 만들어 생활 안정을 추구하는 기반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제회는 자주적 조직이라 기본적으로 회원 부담금으로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플랫폼 노동자의 열악한 생활환경을 고려하면 정부를 비롯한 외부 재원이 결합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플랫폼 노동자 공제회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 플랫폼노동자 공제회법은 공제회 기능과 역할, 지배구조와 재원, 가입대상과 방식, 공제사업 등을 규정한다. 공제회는 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실업부조금과 퇴직공제, 공제보험을 운영하고 저금리 소액대출과 경력증명(소득증빙) 등의 역할을 맡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