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오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여성·청년·비정규직위원회 평가토론회 : ‘취약계층의 사회적 대화, 어디까지 왔나’ 에서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한때 검토된 노동위원회 ‘모성보호 패스트트랙’ 제도가 있다. 임신 중이거나 아이를 낳은 지 1년이 지나지 않은 노동자가 해고나 부당한 징계를 받았을 때 노동위원회에서 한 달 안에 신속하게 구제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계층별위원회인 여성위원회가 패스트트랙 제도 도입을 중앙노동위원회에 제안하면서 실제로 ‘빛’을 볼 뻔했다. 그런데 불발됐다. 중노위가 경사노위 여성위원회와 ‘합의’를 하거나 ‘권고’를 받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경사노위 출범 1년8개월 만에 결실 맺은 계층위
정책제안 논의했지만 복잡한 의결구조 못 넘어 무산

계층별위원회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옷을 갈아입으면서 크게 달라진 점 중 하나로 꼽힌다. 기존 사회적 대화의 주체였던 노사정 외에 청년·여성·비정규직 등이 계층을 대표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었다. 여러 우여곡절을 거쳐 지난해 8월 청년·여성·비정규직위원회가 만들어지면서 첫 결실을 맺었다.

경사노위는 1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취약계층 사회적 대화, 어디까지 왔나’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1년간 운영한 여성·청년·비정규직위원회를 평가하는 자리다.

1기 여성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김지희 서울시 동부권직장맘센터장은 “모성보호 패스트트랙 제도 도입을 위해 중노위와 함께 6차례 논의를 하고 최종안까지 마련해 언론 공표만 남겨 놓은 상황에서 무산됐다”며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형식과 체계가 없다는 이유였다”고 토로했다. 중노위는 당시 논의에 직접 참여했지만 결과적으로 반대했는데 그 이유가 ‘준사법으로서 전체 지방노동위원회에 적용할 분쟁해결 절차에 대해 다른 기관과 합의하거나 권고를 받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이유였다. 김 센터장은 “업종별·의제별위원회의 합의문·권고문 같은 형식이 아니더라도 계층별위원회의 논의내용을 포장할 그릇이 필요하다”며 “이런 가이드라인이 없었기 때문에 중노위도 상당한 부담을 느낀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성위가 가사노동자 보호입법을 촉구하는 정책제언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제출하려다가 무산된 사례도 마찬가지다. 당시 의견서는 경사노위 의제개발·조정위원회에서 반려됐는데 내용보다는 사전에 노사정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김 센터장은 “경사노위는 의제개발·조정위원회를 거쳐 운영위원회에 올라가고 다시 본위원회를 통과해야 하는 복잡한 의결구조를 갖고 있다”며 “겹겹의 허들을 뛰어넘으면 그때서야 (취약계층) 얘기를 들어주겠다는 이런 방식으로는 사회적 약자 이해대변 강화라는 계층별위원회의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경사노위 의사결정 과정에 취약계층 참여 보장해야”

1기 비정규직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문현군 전국노동평등노조 위원장의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의제개발·조정위나 운영위에 취약계층 대표가 참관하거나 간담회를 운영하면서 의견청취를 할 수 있어야 한다”며 “2기 계층별위원회에서는 의견 개진 방식의 개발과 제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다시 한번 ‘연대’를 강조했다. 그는 “한국 사회적 대화 지형이 대단히 척박하다”며 “계층별위원회의 제안이 힘을 받으려면 오히려 사용자를 끌어들이고 마찬가지로 양대 노총의 연대를 더욱 강화하며 다양한 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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