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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처리 기간을 평균 172일에서 100일 이내로 단축하고 근골격계질환 산재처리 기간도 평균 131일에서 45~60일로 줄이기로 한 고용노동부와 민주노총의 합의에 기획재정부가 찬물을 끼얹었다. 산재처리 기간 단축에 인력 증원이 필수인데도 2022년 정기증원 심사에서 노동부가 제출한 요구인원의 10분의 1도 배정하지 않았다. 합의 이행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7개 사업 요구에 5개 사업 예산만 인정

10일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기재부의 2022년 정기 인력증원 심의 결과를 보면 기재부는 노동부의 7개 사업 828명 증원 요청에 2개 사업은 아예 삭제하고 1차 33명, 2차 77명을 배정하는 데 그쳤다. 공무직 배정인원도 5명으로 고정해 추가 인력공급이 불가능한 구조다.

노동부는 당초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인력 확충 및 지역 판정위원회 추가 신설 △임금채권보장사업 수행 인력 강화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 도입 △사업주 직장복귀계획서 제출제도 운영 △특고(퀵·대리) 고용보험 적용확대 및 플랫폼 보유 정보 연계시스템 운영 △안전관리 전담조직 강화 및 인력 충원 △공공서비스 조직·인력 확충을 요청했다.

기재부 심의 결과 당장 산재처리 기간 단축에 차질이 예상된다. 노동부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인력 확충 및 지역 판정위원회 추가 신설’ 사업에 20명을 배정했다. 노동부가 요구한 119명의 16.8%에 불과한 규모다. 사업을 수행하는 근로복지공단이 요구한 146명 요구에는 한참을 미치지 못한다.

산재처리 지연 개선 어려워지나
특고 고용보험 확대 인력은 ‘0명’

앞서 노동부는 지난달 28일 민주노총과 산재처리 지연 문제해결을 위한 제도개선에 합의했다. 민주노총이 5월13일부터 지난달 22일까지 71일간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농성을 하고, 문재인 대통령도 5월17일 산재 사망사고 소식에 유감을 표명하면서 산재사고 예방 같은 후속조치를 지시한 데 따른 결과다. 합의는 산재처리 기간과 근골격계 산재처리 기간 단축이 핵심이다. 재해노동자 산재신청시 사업주 사실 공지 및 의견서를 10일 이내에 제출하도록 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시행규칙 20조2항 후단·3항 삭제와 인력·인프라를 구축해 질병 업무 관련성 확인을 위한 특별진찰을 30일 이내에 처리하도록 한 것도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이 같은 산재처리 지연 해소를 위한 정권와 주무부처, 노동계의 노력에 인력증원 심사권한을 틀어쥔 기재부가 제동을 건 셈이 됐다.

기재부의 이 같은 행태에 비판이 거세다. 이종란 공인노무사(반올림)는 “산재처리 인력이 부족해 사건 청구 4개월 만에 겨우 담당자가 배정되는 경우도 허다한 게 현실”이라며 “제도적 개선뿐 아니라 물리적인 인력의 태부족이 산재처리 지연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데 기재부가 무슨 기준으로 인력을 배정하고 사업 진행을 사실상 가로막은 것이냐”고 비판했다.

뿐만 아니다.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특수고용직 고용보험 적용 확대 대응인력은 단 한 명도 배정하지 않았다. 당초 노동부는 71명 증원을 요청했는데 기재부는 1차와 2차 심사에서 모두 단 한 명도 배정하지 않았다.

10월 시행 앞둔 체당금 강화 사업
325명 증원 필요한데 39명에 그쳐

임금채권보장사업 수행 인력 강화도 마찬가지다. 재직자 체당금 제도와 소액체당금 지급절차 간소화 제도를 도입하는 사업이다. 체당금은 임금체불이 발생했을 때 사업주가 지급능력이 없거나 지급이 유예돼 노동자가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체당금을 선지급하고 구상권을 행사해 사업주에게 해당액을 되돌려 받는 제도다. 10월14일 개정 임금채권보장법 시행에 따라 체당금지급 대상에 재직근로자를 포함하고, 소액체당금 지급 절차에서 노동부 장관이 발급하는 임금체불 등 사업주 확인서가 있는 경우에도 체당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행정대상 인원은 17만4천명, 소송건수는 16만7천건에 달한다.

노동부는 체당금 지급업무와 변제금 회수 및 채권관리, 체불청산 사업주 융자업무 인력 등 증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325명 증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기재부는 1차 심사에서 9명, 2차 심사에서 39명을 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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