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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과로사한 고 장덕준(사망당시 27세)씨 유족이 쿠팡에 과로사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지만 쿠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1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은 즉시 유족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인은 지난해 10월12일 자신의 집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야간근무를 하고 집에 돌아온 뒤였다. 근로복지공단은 올해 2월 장씨의 죽음을 업무상질병으로 인정했다. 과로사가 인정된 것이다. 이후 쿠팡은 공개사과하고 유족과 한 차례 만나 대화했지만, 논의는 진척되지 않았다.

대화는 지난달 재개됐다. 고인의 유족이 같은달 13일 쿠팡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는 전국 순회투쟁에 나선 뒤다. 하지만 지난 22일 만남에서 쿠팡은 재발방지대책 대신 보상금 이야기를 꺼냈고 대화는 또다시 기약 없이 중단된 상태다.

이날 쿠팡 본사 앞에서 전국 순회투쟁을 마친 고인의 어머니는 <매일노동뉴스>에 “(쿠팡은) 대책은 시간이 걸리니 놔두고 보상을 먼저하고 싶다고 했다”며 “그렇게 되면 재발방지 대책은 물 건너가게 된다. 돈으로 끝나는 상황은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로사대책위와 유족이 함께 제시한 요구안에는 △휴식시간 엄수 등 심야노동에 대한 안전대책 마련 △작업장 내 적정온도 유지 등 환경 개선 △일정 시간 이상 야간근무한 노동자에 대한 특수건강검진 시행 등이 담겼다.

고인의 어머니는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는 냉난방시설”이라며 “2시간 근무하고 10분 쉰다든지 휴게시간 보장 같은 단기간에 할 수 있는 과제는 실행하고 시간이 걸리는 문제는 중기·장기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건강했던 아이가 1년4개월 일해서 사망할 정도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최소한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한두 가지 대책라도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쿠팡쪽은 “유족과 직접 대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쿠팡케어 시행 등을 통해 더욱 건강하고 안전한 작업 환경을 만드는 노력을 이어 가고 있다”고 밝혔다. 쿠팡케어는 지난달 25일 쿠팡이 내놓은 정책으로 배송기사 중 건강검진을 한 뒤 대상자를 선정해 한 달간 배송업무를 멈추고 건강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고 장덕준씨가 일하던 물류센터의 수많은 일용직·기간제 노동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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