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2차 사회적 합의가 열린 15일 전국택배노조 조합원들이 국회 인근 여의도광장에 모여 ‘더 이상 죽이지 마라’ 등의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막바지에 이른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2차 사회적 합의안 도출 협상 과정에서 우체국 위탁택배 노동자들의 분류작업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노사는 분류작업비용 지급 여부에 관해 이견을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포스트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정사업본부는 분류작업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우정사업본부 “분류인력 2천190명 투입했다”
택배노조 “개인별 분류인력은 0명”

우체국 위탁택배 노동자들로 구성된 전국택배노조 우체국본부(본부장 윤중현)는 지난 7일부터 개인별 분류가 완료된 택배물품만 배달하고 있다. 지난 1월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 1차 사회적 합의가 체결됨에 따라 분류작업의 책임이 우체국물류지원단과 우정사업본부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체국본부는 “지난 1월부터 사회적 합의 체결에 따라 우정사업본부·우체국물류지원단과 상시협의체를 통해 분류작업 인력투입과 분류작업비 지급을 논의해 왔지만 현재까지도 우정사업본부는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우정사업본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위탁배달원의 분류작업 개선을 위해 2천190명을 투입하는 등 기계 및 수작업 분류를 통한 팀별 분류를 확대해 왔다”며 “분류작업 비용도 지난해 5월 맺은 단체협약 이후 지속적으로 지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윤중현 본부장은 “현재 우정사업본부가 투입했다고 주장하는 2천190명의 분류인력은 개인별 분류인력이 아닌 하차·지역별 분류를 수행하는 인력으로 (우체국 단위가 아닌) 우편집중국 등에 투입된 인력”이라며 “우정사업본부에 분류인력 투입현황을 여러 차례 물었으나 답해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 “연구용역 따라 지난해부터 분류작업비 지급”
택배노조 “위탁택배 노동자 모두 직접고용할 텐가”

분류작업 인력투입뿐 아니라 분류작업비 지급 여부에 관한 노사 주장도 엇갈린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부터 위탁택배 노동자들에게 분류작업비를 지급해 왔다고 주장했다. 우정사업본부와 우체국물류지원단, 택배노조는 지난해 여섯 차례에 걸쳐 소포위탁배달 수수료 개편안을 논의했다. 우정사업본부는 공공기관이 용역계약을 할 때 참고해야 할 기획재정부 예규와 관계법령에 의거해 연구용역을 시행했고, 이 결과를 노조에 공유해 수수료를 확정했다고 했다. 확정된 수수료에는 분류작업비가 포함돼 있고, 이에 따라 노조와 지난해 5월 단체협약을 체결했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우정사업본부가 분류인력비 지급 근거로 제시한 연구용역 결과가 당시 주요한 논의 대상이 아니었다고 맞받았다. 연구용역 결과에는 분류작업비·퇴직급여충당금·시간외수당 등의 항목이 포함돼 있다. 퇴직금과 시간외수당은 특수고용직인 위탁택배 노동자가 받을 수 없다. 당시 노조가 연구용역 결과에 대해 우정사업본부쪽에 질의했으나 “기재부 예산 승인을 받기 위한 형식적 자료로 별 의미를 두지 말아 달라”는 답변을 받았다. 노조가 분류작업비 항목이 중요하게 고려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진경호 노조 위원장은 “우정사업본부가 분류작업비를 지급했다고 주장하는 근거에 따르면 우리는 퇴직금·시간외수당을 모두 받아야 한다”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임을 전제하는 연구용역 결과인데 이에 따라 위탁택배 노동자를 모두 직접고용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우정사업본부쪽은 “원가계산을 정확히 하기 위해 일반 노동자처럼 기재부 기준과 관계법령에 따라 인건비를 산정한 것”이라며 “근기법상 노동자임을 전제로 산정한 것이 아니다”고 답했다.
 

▲ 민주노총·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포스트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정사업본부에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정소희 기자>
▲ 민주노총·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포스트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정사업본부에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정소희 기자>

우정노조 “안정적인 소포업무 위해 택배사업 재검토할 때”
택배노조 “특수고용·비정규 노동자 해고하라는 뜻이냐”

우체국 위탁택배 노동자의 분류작업과 관련한 논쟁은 노조끼리도 발생하고 있다. 우정노조는 지난 14일 우정사업본부와 긴급노사협의회를 타결했다고 밝혔다. 안건의 주요 내용은 노사가 공동TF를 구성해 우체국 택배사업을 소포사업으로 전환하는 논의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우편법 14조에 따르면 소포는 20킬로그램 이하의 우편물을 말한다. 자칫 우정사업본부·우체국물류지원단이 택배사업을 포기한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

우정노조는 위탁택배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에 따라 집배원의 노동강도와 업무부담이 증가했다고 주장한다. 우정노조 관계자는 “소포위탁배달원이 지난해부터 네 번에 걸쳐 파업함에 따라 소포업무의 안정적 서비스 제공에 위기가 생겼다는 문제의식”이라며 “민간택배사와 불필요한 경쟁이 발생했고, 우편법 14조에 명시된 우편역무의 기능을 회복하도록 택배사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위탁택배 노동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박석운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위탁계약 전면해지’를 주장한 우정노조 입장은 결과적으로 특수고용·비정규 노동자인 위탁배달원을 해고하라는 이야기”라며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 노동자를 돕지는 못할 망정 이러한 입장을 내놓은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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