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1박2일 노숙투쟁을 벌이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사회적합의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무대에 올라 파업가를 부르고 있다. <정기훈 기자>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가 2차 합의안을 마련했다. 우체국택배 분류작업은 합의에 이르지 못해 ‘가합의’라는 이름이 붙었다. 최종 합의에 성공하면 내년부터 민간택배사 노동자들은 분류작업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16일 오후 전국택배노조(위원장 진경호)와 협동조합 CJ대한통운택배대리점연합에 따르면 이날 ‘택배종사자 과로사 대책 사회적 합의기구’는 일부 쟁점에 대해 가합의를 타결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17일부터 택배노조 조합원은 파업을 중단한다. 다만 사회적 합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우체국택배 분류작업에 관해서는 합의를 이루지 못해 주말까지 집중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우체국택배건이 해결되면 사회적 합의기구는 최종 합의안에 서명한다.

합의기구에는 더불어민주당 민생연석회의·국토교통부·고용노동부·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전국택배노조가 포함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사용자 단체인 한국통합물류협회와 전국대리점연합회·우정사업본부, 소비자단체 등이 참여했다. 사회적 합의기구는 지난 1월 분류작업을 택배 사용자 책임으로 규정한 1차 사회적 합의를 체결한 뒤 5개월여 동안 택배비 인상 요인 등과 관련해 논의를 이어 왔다.

올해 말까지 민간택배사 분류전담인력 100% 투입
노동시간 주 60시간 넘지 않도록 ‘노력’

2차 사회적 합의에서는 택배비 인상에 어떤 요인을 반영할 것인지가 주요 쟁점으로 대두됐다. 가합의에는 △분류인력 투입과 △택배노동자 고용·산재보험 가입 지원을 직접원가 상승 요인으로 결정해 최종적으로 택배비 170원을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2022년부터 민간택배사(CJ대한통운·롯데·한진택배) 노동자들은 분류작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됐다. 택배 3사는 9월부터 각 회사마다 분류전담인력을 1천명씩 추가로 고용해 전체의 50% 수준으로 투입을 완료한다. 로젠택배는 경영의 특수성을 고려해 노사 협의로 별도 분류인력 투입 방안을 마련한다.

모든 인력이 투입될 때까지 택배노동자가 불가피하게 분류작업을 할 경우, 사용자는 분류인력 투입비용 이상으로 분류(작업수행)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이는 택배사가 분류 자동화 설비(휠소터)를 서둘러 설치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노사는 노동시간이 주 60시간을 초과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물량이 폭증하는 설·추석이 속한 2주는 작업시간 제한 예외기간으로 정했지만, 밤 10시를 넘어서 일할 수는 없다.

사회적 합의 마지막까지 주요 쟁점으로 꼽혔던 소득보전은 중재안을 마련했다. 전국택배노조는 사회적 합의를 체결해 작업시간을 제한하면 물량·구역이 조정돼 택배노동자 소득이 감소할까 우려했다. 소득보전을 위한 택배비 인상안은 채택되지 않았지만, 물량·구역 조정에 택배노동자 의견이 반영되도록 했다. 4주 동안 노동시간이 1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면 대리점과 택배노동자는 (노동시간단축을 위해) 물량·구역조정을 협의하되, 이견이 발생하면 노사정이 포함된 갈등조정위원회를 구성한다. 위원회에는 대리점, 택배노동자 대표, 국토부 추천 위원이 참여한다. 택배노동자의 고용보험·산재보험 가입은 택배비 인상분을 통해 전액 지원한다.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 출범식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우원식 수석부의장, 책임의원들과 택배종사자, 택배사업자 등 합의기구 대표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 출범식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우원식 수석부의장, 책임의원들과 택배종사자, 택배사업자 등 합의기구 대표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우체국 분류작업 논의 마쳐야 최종합의 타결”

택배노동자 노동범위·적정 노동시간 등을 명시한 표준계약서는 이달 말까지 작성한다. 다만 7월부터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활물류서비스법)이 시행됨에 따라 새롭게 업무위수탁계약서를 쓰게 된다.

가합의를 통해 분류작업 투입 완료시기, 적정 노동시간, 표준계약서 도입시기 등 주요 쟁점에 합의를 이뤘지만 최종 합의 여부는 확신하기 어려운 상태다. 우체국 택배 분류작업에 관한 논의가 남았기 때문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위탁택배 노동자들에게 지난해 5월부터 분류작업비를 개당 201원씩 지급해 왔다고 주장한다. 전국택배노조는 우정사업본부와 전체 수수료에 관한 논의를 진행해 왔을 뿐, 분류작업비에 관해 합의를 이룬 적은 없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우정사업본부가 지난 1월 체결된 1차 사회적 합의안에 날인함에 따라 분류작업을 완전히 책임지고 개별 분류를 위한 인력을 투입하거나, 위탁 택배노동자에게 분류작업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택배기사 과로사 대책 사회적 합의기구는 주말까지 우체국택배 분류작업에 관한 논의를 이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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