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택배노조 조합원들이 14일 오전 여의도 포스트타워 1층 로비에서 우정사업본부가 사회적 합의에 따라 분류작업을 책임질 것을 요구하며 점거농성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우체국 택배노동자들이 과로사 대책 사회적 합의 이행을 요구하며 우정사업본부를 점거하고 농성에 돌입했다.

택배종사자 과로사 대책 사회적 합의기구 최종논의를 하루 앞둔 14일 오전 택배노조(위원장 진경호) 우체국본부 소속 조합원 120여명은 서울 영등포구 포스트타워 1층 로비를 기습 점거하고 연좌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모범 사용자 역할을 해야 할 우정본부가 1차 사회적 합의의 취지를 저버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분류작업 인원·비용 책임진다” 합의한 우정본부
돌연 “분류 수수료 201원 지급해 왔다” 주장

우정본부는 올해 1월 마련된 1차 사회적 합의에 따라 택배노동자가 참여한 택배 분류작업에 대해 연구용역 결과에 따른 적정 수수료를 지급하겠다고 지난 4일 밝혔다. 택배 분류작업은 물류센터 같은 곳에서 택배물량을 배송지역에 따라 분류하는 작업이다. 택배노동자의 업무영역은 아니지만 관행적으로 택배노동자가 분류작업에 참여해 왔고, 이로 인해 배송 출발이 늦어져 자정 넘은 시각까지 일하는 과로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노사정과 국회, 소비자단체는 1월21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 사회적 합의기구를 꾸리고 분류작업 인력과 비용을 택배사가 책임지기로 합의했다. 당시 우정본부도 합의에 서명했다. 우정본부의 자회사인 우체국물류지원단은 합의 이후인 1월29일 노사 단체협약에 “생활물류법 또는 사회적 합의기구의 합의안을 준수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런데 우체국물류지원단을 통해 우정본부가 지금까지 분류 수수료를 지급해 왔다는 주장이 11일 돌연 제기됐다. 지금까지 택배노동자들의 분류작업에 대가를 지급해 왔다는 얘기다. 노조는 “물류지원단을 통해 확인한 결과 우정본부가 그런 입장을 갖고 있는 게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우정본부도 “2000년 3~5월 소포위탁 배달수수료 개편안을 택배노조에 설명했다”며 “지난해 5월 택배노조와 수수료 체계를 확정해 단협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우정본부가 주장하는 분류 수수료는 택배물 한 개당 201원이다.

노조 “수수료 내역에 관련 항목 없다”
15일 사회적 합의기구 최종 논의

택배종사자 과로대책 사회적 합의기구 1차 합의문 발표식
지난 1월 국회에서 열린 택배종사자 과로대책 사회적 합의기구 1차 합의문 발표식 <정기훈 기자>

 

노조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진경호 위원장은 “택배노동자가 받는 수수료 내역 어디에도 분류 수수료 항목은 없다”며 “새빨간 거짓말이자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강조했다. 우정본부는 “계약서 업무범위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우정본부는 1월21일 사회적 합의와 1월29일 단협 체결 이후 분류인력을 단 한 명도 투입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지속해서 받고 있다. 그런 와중에 분류 수수료조차 이미 지급하고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노동자의 반발이 커진 것이다.

이날 농성에 참여한 조합원 강아무개(57)씨는 “15년 택배노동자로 일하면서 분류 수수료를 지급해 왔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며 “주지도 않은 돈을 줬다고 우기고 노동시간을 감축한다며 수수료를 보전하지 않으려는 행태에 분노해 농성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노조는 모범 사용자 역할을 해야 할 우정본부가 되레 사회적 합의 정신을 저버리고 최종논의마저 어렵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윤중현 노조 우체국본부장은 “우정본부는 당초 연구용역을 마치고 5월31일까지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는데 이미 보름이 지났다”며 “그 사이 수차례 공문을 보내 답변과 입장표명을 요구했는데 모두 묵살됐다”고 말했다.

한편 택배노조는 15일 사회적 합의기구 최종논의를 앞두고 14일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했다. 15일과 16일 2일간 서울 상경투쟁도 예고한 상황이다. 노조는 “조합원 6천500명 가운데 5천500명이 상경투쟁에 참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로를 막기 위한 단체행동과 무기한 파업도 진행 중이다. 7일부터 택배 분류작업을 거부하고 9시 출근해 분류된 물품을 11시부터 배송하는 ‘9시 출근 11시 배송 출발’ 단체행동을 하고 있고, 8일 사회적 합의가 결렬한 뒤 9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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