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코웨이공동투쟁본부(코웨이지부·코디코닥지부·CL지부)는 지난 21일 오전 서울 구로구 코웨이 본사 앞에서 선전전을 했다. <정소희 기자>

박정은(50)씨는 15년차 베테랑 ‘코디’다. 생활가전업계 1위 기업인 코웨이에서 “고객들의 건강을 관리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방문점검·판매원으로 일해 왔다. 박씨는 지난 2019년 노조에 가입하게 된 계기를 “말이 안 되는 처우를 받고 일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같은 지국에서 일하는 동료의 30%는 50대 여성으로, 15년 이상 함께 일했다. 이들은 평일 하루 11시간 가까이, 주 6일을 꼬박 일해도 적게는 180만원 남짓 번다. 영업을 많이 성공시킨 달에는 월 수입이 300만원 정도일 때도 있지만 “평균이 될 수 없는 사례”다. 영업을 위해 지출한 비용을 뺀 순수입은 수수료의 70% 정도다. 무거운 짐을 들고 고객의 집을 찾느라 허리·무릎·손가락·팔목 아프지 않은 곳이 없지만 기본급 없는 수입은 그를 더 일하게 만든다.

고객들은 회사 로고가 적힌 옷을 입고, 회사 이름이 쓰여진 명함을 건네는 그를 당연히 코웨이 직원이라고 여긴다. “기름값은 당연히 주죠?”라고 묻는 고객의 물음에 말 끝을 흐린 적이 적지 않다. 회사와 업무위탁계약을 맺으며 일하는 그는 “15년 넘게 일하며 코웨이 직원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다”며 “고객과 직접 만나 제품을 설명하고 회사의 가치를 높인 우리에게 유류비 지원과 어느 정도의 기본급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개 노조만 단협 체결
임협으로 나머지 노조 교섭 유도

코웨이 방문·판매 노동자들이 노조 설립신고증을 받은 지 1년이 되도록 회사와 단체교섭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코웨이공동투쟁본부는 24일 코웨이에 임금교섭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23일 밝혔다.

지난 1일 결성한 투쟁본부는 노조 코웨이지부(CS닥터·설치수리기사)와 코디·코닥지부, 영업관리직인 CL지부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8월 단체협약을 체결한 코웨이지부는 올해 임금교섭을 할 차례다. CL지부는 단협을 체결하지 못했다. 사측이 지난해 정규직으로 이뤄진 코웨이지부와 단협을 체결했다는 이유로 같은 정규직인 CL지부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쟁본부는 보충교섭 방식으로 CL지부의 임금교섭을 제안한다.

문제는 방문점검·판매원으로 구성된 코디·코닥지부다. 지부는 지금까지 18차례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이들이 특수고용직이라는 이유로 교섭에 나서지 않고 있다. 코디·코닥지부는 지난해 7월과 10월 각각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교섭단위 분리 필요성을 확인받았다. 방문판매 노동자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동자로 인정된 것이다. 하지만 코웨이는 중노위 판정에 대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노조가 공동투쟁본부를 결성하게 된 이유 중 하나도 코디·코닥지부 교섭을 끌어내기 위해서다.

노동자성 인정 잇따르는데, 사측은 어깃장

코디·코닥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행정관청 결정은 계속 나오고 있다. 서울지노위는 이달 4일 코디·코닥지부가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받아들였다. 사측의 교섭 거부를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한 것이다. 코웨이는 “서울지노위의 이번 판정을 존중하며, 판정 취지와 구체적 내용을 확인해 향후 단체교섭에 대한 방향을 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관악지청은 지난 3월 코웨이를 특별근로감독한 결과 ‘시정지시’를 내렸다. 지부는 “코웨이가 선거를 거치지 않은 근로자대표를 노사협의회·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 참석시킨다”며 노조법·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로자참여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제기한 바 있다.

이현철 가전통신서비스노조 공동위원장은 “코웨이는 정부도 인정한 코디·코닥의 노동자성을 계속해서 부정하고 단체교섭을 회피하고 있다”며 “사측의 이런 행태가 계속된다면 공동투쟁본부 차원에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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