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고은 기자

정수기를 비롯해 코웨이 가전제품을 방문점검·판매하는 노동자들이 업계 최초로 단체교섭을 시작한다. 이들은 건당 수수료를 받고 일하는 특수고용직으로 사측이 그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동자가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와 노조 코웨이코디·코닥지부(지부장 왕일선)는 23일 오전 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중앙노동위원회가 지방노동위원회에 이어 사측의 교섭 거부·해태를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했다”며 “사측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돌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면서 마침내 교섭의 문이 열리게 됐다”고 밝혔다.

지부는 2019년 11월 설립한 이후 20여차례에 걸쳐 사측에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요구했다. 코웨이측은 코디·코닥의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교섭에 응하지 않았다. 지부는 정규직 설치·수리기사로 구성된 코웨이지부, 지국장·팀장·스태프가 속한 CL지부와 교섭을 별도로 해야 한다는 취지로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했다. 서울지노위와 중노위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런데도 사측이 교섭에 나서지 않자 이러한 교섭 거부·해태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서울지노위에 구제신청을 접수했다. 지난 5월 서울지노위는 노조법상 노동자성을 인정해 부당노동행위로 판정했고 이달 10일 중노위도 초심을 유지했다.

지부는 11일 24차 교섭요구 공문을 보냈다. 이에 코웨이측은 “13일부터 관련 법규에 따라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답했고 같은날 교섭요구 사실 공고문을 부착했다. 코웨이는 이날 지부를 교섭요구노조로 확정 공고했다.

코웨이측은 “중노위 판단을 존중하며 구체적 내용을 확인해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며 “이와 별개로 근로자성에 대한 법적 판단은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왕일선 지부장은 “계정(고객)수에 따라 소득이 달라지는 만큼 적정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과 함께 점검수수료가 동종업계에서 최하위 수준인데 이에 대한 개선을 교섭에서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매직에서 일하는 방문점검원으로 구성된 노조 SK매직MC지부의 경우 지난 5월 노조 설립신고서를 낸 뒤 한 달여 만에 설립신고증을 받았지만 교섭에는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LG가전제품을 대여·점검하는 금속노조 LG케어솔루션지회도 마찬가지다. 서울지노위와 중노위에서 이들을 노조법상 노동자로 보고 교섭요구사실 공고를 사측에 주문했지만 행정소송으로 넘어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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