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노동시장에 던진 충격은 컸다. 고용에 빨간불이 켜졌을 뿐 아니라 집단적 노사관계도 휘청거렸다. 지난해 교섭진도율(11월 말 기준)은 57.2%로 1998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노동리뷰 2020년 1월호 ‘2020년 노사관계 평가 및 2021년 쟁점과 과제’에서 이같이 밝혔다.

교섭진도율은 100명 이상 사업장 중 임금인상률을 결정한 뒤 고용노동부에 현황을 제출한 사업장 비율이다. 11월 기준으로 1998년 89.5%로 정점을 찍었던 교섭진도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9년 63.4%를 기록했다. 지난해는 57%대 초반으로 떨어져 미국발 금융위기 충격을 받았던 2010년 58.2% 이후 가장 낮았다.

파업건수도 줄었다. 지난해 발생한 노사분규는 105건으로 2019년 대비 25.5% 감소했다. 그러나 근로손실일수는 늘었다. 기아자동차(20만152일), 플랜트건설노조(8만1천100일) 코웨이(4만9천500일), 한국지엠(3만4천162일), 코레일네트웍스(2만1천147일) 등 대규모 사업장 파업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됐다.

이정희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상반기는 노사분규가 24건, 근로손실일수 8만5천일로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가 하반기 들어 증가했다”며 “상반기 유보한 단체행동이 하반기 가시화한 특징이 있지만 방역지침에 따른 대규모 집회 같은 단체행동이 상대적으로 감소한 영향”이라고 밝혔다. 위기 이후 회복 국면에서 고용유지와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단체행동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에서 올해 집단적 노사관계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임금협상에서도 양보교섭 전략이 두드러졌던 것으로 평가됐다. 지난해 1~11월 협약임금인상률은 3.2%로 전년 동기보다 0.8%포인트 떨어졌다. 이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여파로 경제위기가 가시화하면서 노조가 양보교섭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현대차와 기아차, 삼성중공업, 포스코 등의 노사가 임금을 동결하기로 합의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런데 기본급을 동결한 것이지 경영성과급 같은 변동급여까지 동결한 것은 아니다. 현대차의 경우 1인당 800여만원의 성과급이 지급됐다.

노동연구원은 “백신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위기가 상존하고 있어 올해 산업활동이나 고용상황이 당장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는 이르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위험의 불평등 분배에 따른 위험에서 취약노동계층과 필수노동자 보호, 디지털 기술발전과 기후위기에 따른 산업구조 재편이나 그로 인한 구조조정 대처 같은 노사관계 이슈들이 올해 주요 어젠다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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