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익스프레스 화재참사 1주기를 앞두고 민주노총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참사 유가족들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한건축사회관 앞에서 참사 1주기 추모 행동 선포 기자회견을 했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이 시민분향소에 헌화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누가 아버지를 죽인 것인지 밝혀지기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한지 몰랐습니다. 한익스프레스 전무는 ‘(자신이) 참사에 책임이 없다’고 했다는데, 결정 권한이 있는 사람이 책임이 없다면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해 4월29일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건설현장에서 화재사고가 발생해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그로부터 1년, 숨진 노동자들 중 고 김일수씨의 딸 김지현씨가 서울 서초구 한익스프레스 본사 앞에 섰다. 김씨는 “매일, 수도 없이, 왜 지금 이 세상에 아버지가 계시지 않는 것인지, 어느 누가 이런 참사를 발생시킨 것인지 생각한다”며 “저는 책임지는 사람을 보고 싶고,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하겠다는 약속도 받고 싶다”고 말했다.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산재 참사 1주기를 앞둔 26일 오전 민주노총·건설산업연맹·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가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부터 29일까지 시민분향소를 운영하는 등 추모행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한익스프레스가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한익스프레스는 공사기간 단축을 위해 폭발 위험이 있는 동시작업을 강제하고,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노동자가 대피할 수 있는 비상구를 막아 대형 참사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제도적 허점 탓에 건설현장은 여전히 산재사망 1위”라는 비판도 했다. 참사 이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지만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많은 노동자와 단체가 이 죽음의 행렬을 멈춰 달라고 요구한 결과 지난 1월 어렵사리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됐지만 그 법은 누더기였다”며 “공기 단축과 관련된 발주처 처벌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장옥기 건설산업연맹 위원장도 “원청과 발주처의 책임을 강화해야 노동자들이 죽음으로 내몰리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안전한 건설현장을 만들기 위한 방안으로 △발주처 처벌을 포함하는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중대재해처벌법상 5명 미만 적용 제외, 50명 미만 적용 유예 폐지 △발주처 공기 단축 처벌 제외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개정을 요구했다.

이들은 추모기간 동안 한익스프레스 앞과 서울 중구 덕수궁 정동길, 정부서울청사를 비롯한 장소에서 건설현장 산재사망 사진전과 시민분향소를 운영한다. 한익스프레스 사고 1주기인 29일 오후엔 3개 종단 기도회와 추모문화제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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