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ILO핵심협약 비준 이후 효과적 이행을 위한 과제 국제토론회’를 열었다. 마리아 엘레나 안드레 (Maria Elena Andre) ILO 노동자활동지원국장이 온라인 화상을 통해 여는말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한국 정부가 지난 20일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서를 기탁했다. 협약이 발효되기까지 앞으로 1년의 시간이 남았다. 양대 노총은 26일 오후 공동으로 국제토론회를 열고 ‘ILO 기본협약 비준 이후 효과적 이행을 위한 과제’를 점검했다. 서울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이날 토론회에서는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여전히 ILO 기본협약과 충돌하고 있어 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노조법뿐만 아니다. 형법상 업무방해죄 같은 법 조항들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ILO쪽 법률전문가도 “2023년부터 협약권고 적용 전문가위원회, 총회 기준 적용위원회 같은 ILO 감시감독 기구가 한국의 협약 이행 여부를 본격적으로 평가하게 된다”며 “결사의 자유와 관련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협소한 사용자 개념으로 노조할 권리 제약”

발제를 맡은 박은정 인제대 교수(법학)는 ILO 협약 이행 과정에서 쟁점으로 10가지를 지목했다. 가장 먼저 꼽은 쟁점은 노동자와 사용자 개념이다. 박 교수는 “한국의 노조법상 근로자 개념은 반드시 근로계약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며 이미 대법원에서 학습지 교사, 방송연기자, 자동차 판매대리점 카마스터 등을 노조법상 노동자로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자 개념은 확장했지만 사용자 개념은 그대로다. 박 교수는 “직접고용 관계를 전제로 한 사용자 개념 때문에 노동자 개념이 제한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며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고 단체교섭권 인정에 대한 새로운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동관계에 대한 지배력을 갖는 자’까지 사용자의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래야 노조설립 절차를 마친 노조들도 단체협약 체결 권한을 행사하고, 노동 3권 침해에서 보호받을 수 있다.

박 교수는 “전임자임금 지급금지 조항을 폐지했지만 개정 노조법은 여전히 조합원수를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근로시간면제한도(타임오프)를 정하도록 하고 있다”며 “노사자율을 침해하는 행위가 본질적으로 개선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어 필수유지업무 제도는 많은 부분에서 검토와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필수유지업무 제도가 도입된 이후 12년간 단 한 번도 필수유지업무규정이 개정되지 않은 사업장이 대다수”라며 “ILO 협약 비준에 따른 대처 차원이 아니더라도 낡은 필수유지업무 제도 자체를 재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비종사 근로자’ 개념을 만들어 기업별 노조 대의원과 임원 자격을 제한한 개정안도 여전히 논란이다. 박 교수는 “왜 노조가 노조의 발전을 위해 유능한 외부 인재를 임원으로 선임할 수 없는지 의문이 든다”며 “어떤 단체든 집행기관을 구성하는 결정은 그 단체 스스로 정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ILO쪽 “입법보다 협약 이행 중요”

옥사나 울프손(Oksana Wolfson) ILO 국제노동기준국 선임 법률전문가는 “한국 정부가 결사의 자유위원회에 제소된 사건 15건 중 5건이 종결되지 못했고 그중에는 1996년부티 지금까지 25년째 해결되지 못한 사건도 있다”며 “기본협약 비준에 따라 앞으로는 결사의 자유위원회뿐 아니라 협약권고 적용 전문가위원회, 총회 기준 적용위원회 등 정기 감시감독 메커니즘이 작동된다”고 설명했다. ILO 헌장 24조에 따른 진정 등 특별감독도 가능해진다. 울프손 선임 법률전문가는 “비종사자도 노조 임원으로 선출할 권리를 보장하는 문제를 비롯해 공무원 정치활동 금지 철폐, 특수고용직 등 교섭할 권리 보장 등 결사의 자유와 관련해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사항들이 있다”며 “입법보다 중요한 것은 협약 이행”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쟁의행위 걸림돌로 업무방해죄와 손해배상 청구, 필수유지업무제도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ILO가 입법지원 컨설팅이나 협약의 현장 적용 훈련 같은 기술적 지원을 할 수 있다”고 했다. ILO는 2023년 9월까지 한국 정부의 협약 이행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받고 2024년부터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힐 수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