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기업 소속이 아닌 노조 조합원을 의미하는 비종사 조합원이 법률 용어로 등장한 것은 지난해 12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부터다. 정부·여당이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해 추진한 노조법 개정안은 해고자와 실직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대신 비종사 조합원과 종사 조합원 간 노조활동 차별을 담았다. 노동계는 노조법 개정안이 ILO 기본협약 위반이라며 반발했지만, 개정안은 7월부터 시행된다.

이런 가운데 재계가 한발 빠르게 ‘비종사 조합원의 사업장 내 노조활동 관련 가이드’를 16일 배포했다. 경총은 “관련 판례와 법률자문을 바탕으로 현실적 대응책을 제시했다”며 “기업의 사전준비와 분쟁 예방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존 노조활동을 제약하는 내용이 많아 노사 분쟁을 예고하고 있다.

경총을 포함한 4개 단체가 배포한 가이드라인은 비종사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을 통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이드는 사업장 내 노조활동 규칙을 미리 제정할 것을 주문하면서 ‘표준 규칙’을 제안했다. 표준 규칙에는 비종사 조합원의 출입신청서 작성·제출 의무 등 출입절차에 대한 사항, 출입을 제한할 수 있는 사유와 절차, 출입신고내용 변동시 조치, 퇴거요청 절차, 규칙위반 책임 등이 담겼다. 비종사 조합원은 사전에 출입신고를 하고 사용자가 이를 근거로 출입 여부를 허락하며, 예상치 못한 사업지장 발생시 퇴거를 지시할 수 있다.

비종사 조합원에 대한 이런 조치는 노동 3권을 침해하고 노조활동을 방해할 소지가 커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ILO 협약을 비준한다며 만든 '비종사 조합원' 차별 조항이 노사갈등을 키우는 불씨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노동계는 비종사 조합원의 사업자 출입 제한은 “군사독재 시절 ‘3자 개입 금지 규정’ 부활”이라고 반발한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사용자 허가가 없으면 산별노조 임원이나 조합원은 산하 단위사업장에 출입조차 할 수 없는 방식”이라며 “해고자와 실업자 단결권을 인정한다는 구실로 사용자 권한만 키워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ILO 135호 협약(기업에서 노동자대표 보호와 편의제공에 관한 협약)은 노동자 대표가 직무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기업으로부터 적절한 편의가 제공돼야 한다고 규정한다. 편의 제공은 당해 기업의 능률적 운영을 방해하는 것은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보호와 편의를 제공받는 노동자대표는 ‘국내법령과 관행에 따라 노조에서 지명하거나 선출한 대표’로 규정할 뿐, 기업 종사와 비종사 조합원을 구분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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