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엘지트윈타워분회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금품을 이용한 노조 탈퇴 회유 사례를 밝히고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LG트윈타워 청소용역을 맡았던 하청업체 지수아이앤씨가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천막농성 중인 청소노동자 일부에게 고용관계 관련 분쟁을 종료하는 대가로 합의금 2천만원을 지급해 부당노동행위 논란이 일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지부장 장성기)는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수아이앤씨가 4월5일부터 6일 사이 조합원 4명에게 2천만원의 금품을 지급한 사실을 파악했다”고 주장했다. 투쟁 중인 청소노동자는 지난 2월 30명에서 현재 22명으로 줄었다. 지부는 회사가 노조를 탈퇴한 8명 모두에게 금품을 지급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지부는 조합원 집단탈퇴 배경에 원·하청이 공모가 있었다고 보고 고용노동부와 검찰에 신속한 강제수사를 요구했다. 지수아이앤씨는 지난해 12월 원청인 LG그룹 자회사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과 계약종료를 이유로 청소노동자를 집단해고 했다. 청소노동자 30명은 고용승계 권한을 가진 원청을 상대로 농성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두 고모가 운영해 온 지수아이앤씨는 지난해까지 10년 넘게 계약을 갱신하며 사업을 했다.

한 달 새 8명 이탈,
2천만원 지급 합의서 드러나

조합원 탈퇴는 지난달 1일 시작했다. 김아무개씨를 포함한 조합원 4명이 이유를 밝히지 않고 갑작스레 노조를 탈퇴했다. 이달 5일 조합원 2명이 탈퇴 의사를 추가로 밝혔고, 다음날 또 2명의 노동자가 노조를 탈퇴했다.

지수아이앤씨는 다양한 방법으로 개별 조합원에게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집단해고 당시 퇴사한 직원에게 연락해 다리를 놓아 달라고 제안하거나 ‘노조탈퇴 공작’에 성공한 조합원에게 동료를 회유하도록 하는 식이다. 노조에 따르면 지수아이앤씨 관계자가 퇴사한 청소노동자에게 지난달 20일 연락해 투쟁 중인 조합원과 연결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당사자가 거부했다. 서인자 노조 LG트윈타워분회 조합원은 “지난달 1일 탈퇴한 김아무개씨에게서 노조탈퇴를 이유로 2천만원을 받았다고 연락이 왔다”며 “(김씨가) ‘지수아이앤씨가 매각되면 우리 고용을 보장할 수 없으니, 지금이라도 탈퇴를 해야 한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정용재 노조 부위원장은 “지난해 내내 임금교섭을 하는 동안 시급 60원 인상만 고집하던 회사가 2천만원 줄 테니 투쟁을 접으라고 한다”며 “일하던 자리에서 일하게 해 달라는 간단한 요구를 LG는 걷어차고 청소노동자를 길거리에 내보냈다”고 비판했다.

실제 지수아이앤씨가 탈퇴 조합원과 맺은 합의서도 확인됐다. 합의서에는 “회사는 당사자 사이의 분쟁을 종료하고 직원이 본 합의서상 제반 의무를 이행하는 조건으로 합의금 2천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합의서에는 청소노동자가 이행해야 할 조건으로 ‘업무방해, 비방 등의 금지’를 포함했다. “회사와 회사 임직원, 회사와 직·간접적으로 거래관계 등을 포함해 이해관계가 있는 자 등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명예를 손상하는 모욕·비방, 기타 손해를 입힐 수 있는 일체의 행위나 해당 행위를 위한 행위들에 참여하거나 지원하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기로 한다”는 내용으로 포괄적인 의무를 담고 있다. 단어만 사용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노조활동을 중단하라는 내용이다.

“부당노동행위도 잇따르는데
노동부 수사 진척 없어”

김형규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81조4호는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과 지수아이앤씨의 이런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라고 규정하고 같은 법 90조는 부당노동행위를 한 자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받는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며 “노동부는 지금이라도 신속하게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통해 최대한 빠르게 증거를 확보해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부는 지난 1월 청소노동자 집단해고가 노조와해를 목적으로 한 원·하청이 공모해 벌인 부당노동행위로 보고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남부지청에 고소했다. 당시 지수아이앤씨는 청소노동자 일부에게 일을 그만두는 조건으로 수백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수사는 현재까지 진척이 없는 상태다.

노동부 서울남부지청 관계자는 “상당부분 조사가 진행됐고, 구체적인 내용은 수사 중이라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쪽은 이날 노조에 공문을 보내 “확인 결과 해당 조합원들은 전원 모두 스스로 본인들이 먼저 지수아이앤씨에 요청해 합의를 했다”며 “이에 대한 모든 과정과 증거들이 있다고 한다”고 밝혔다. 또 “전혀 다른 허위사실 유출과 사실관계 왜곡은 당사와 LG그룹의 심각한 명예훼손이 발생할 것”이라며 “사실관계 왜곡 자제를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지수아이앤씨쪽은 <매일노동뉴스> 연락에 회신하지 않았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