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이 113주년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8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참석자들이 각 분야 여성노동자의 모습을 그린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코로나19 시기에 방역의 최전선에는 여성노동자들이 섰고, 필수노동이라고 부르는 영역에도 여성들이 동원돼 위험을 감수했지만 여성들은 어느 때보다 불안정하고 가난한 상황입니다.”

113주년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민주노총이 8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박희은 민주노총 여성위원장이 이같이 지적했다. 8명 남짓한 조합원들은 돌봄·보건·청소·택배·콜센터·식당 조리·영세 제조업 여성노동자들의 그림이 그려진 피켓을 머리 위로 높이 들어 보였다. 우리 사회에서 K방역을 지탱하고 있는 여성 필수노동자들의 모습이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와 21대 국회에 “제대로 된 여성 노동정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양 위원장은 “최근 몇 년간 미투·위드유라는 이름으로 여성 이슈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야기되는 것들이 제도적·정책적으로 담보되지 않는다면 유행으로 그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양 위원장은 발언에 앞서 기자회견에 참가한 여성노동자들에게 빨강·분홍·보라빛의 장미꽃을 나눠 줬다. 김수경 민주노총 여성국장은 “장미의 의미는 존엄”이라며 “지금 시기의 존엄은 ‘노동하는 시민으로서 평등하게 존엄성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노동자들은 고용불안·차별을 받고 있는 현실을 폭로했다.

원청의 계약해지를 이유로 지난해 12월 말 집단해고된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박소영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엘지트윈타워분회장은 “우리 사회는 여성의 노동을 너무 하찮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청소노동자 대부분은 여성인데 용역업체는 우리 여성노동자들을 마음에 들면 쓰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버리는 일회용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 분회장은 이어 “용역업체 중간관리자들은 대부분 남성인데 군대식으로 여성노동자들을 지시하고 부린다”며 “우리는 반찬값 벌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생활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인데도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성의 희생으로 유지됐던 K방역은 사기”라는 비판도 나왔다. 김정은 보건의료노조 서울시서남병원지부장은 “간호사들은 근무시간 내에 밥을 못 먹는 일이 허다하고, 화장실에 가지 않으려 물도 한 잔 제대로 못 먹는 일도 많아 위장병·방광염을 달고 산다”며 “특히 코로나19 전담병원의 경우 정부가 병상을 확보한 만큼 인력이 늘어나지 않아 경력자들은 소진과 탈진으로 계속 사직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여성에게 전가된 독박 돌봄을 중단하라”며 “공적 돌봄을 확대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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