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성(가명)씨는 동대구역 승차권 발매창구에서 일한다. 코레일네트웍스 소속인 그는 얼마 전 코레일이 창구 직원을 줄이겠다고 통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코레일은 승차권 발매 업무를 코레일네트웍스에 위탁하는데, 이달 1일부터 위탁 인력을 167명에서 120명으로 줄인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매출이 줄고 창구를 통한 승차권 발매량이 감소했다는 이유였다.

김씨와 같은 창구 직원은 교통 약자들의 민원을 해결하고 돕는다. 주된 업무인 승차권 발매뿐 아니라 유실물을 찾아 주고 열차 지연과 관련된 시민들의 불만을 듣는 것도 그가 하는 일이다.

김씨는 “원청이 상의도 없이 대규모 인원을 자르면 우리는 원청 요구대로 해고될 수밖에 없는 것이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직장갑질119는 4일 김씨 사례를 공개하며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자회사에 사실상 인원감축을 지시한 것은 명백한 갑질”이라며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묻는 법안을 입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12월 직장갑질 경험자 34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직장내 괴롭힘 가해자 10명 중 1명은 근로계약을 직접 맺는 사용자가 아닌 ‘특수관계인’이었다. 고객, 민원인, 사용자의 친인척이나 원청업체 관리자가 전체 가해자의 9.3%를 차지했다. 상급자가 가해자인 경우는 44.6%, 임원을 포함한 사용자는 27.9%로 비슷한 직급 동료는 15.8%였다. 하급자나 그 외인 경우는 2.4%다.

지난 3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돼 괴롭힘 가해자가 사용자의 가족인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원청업체가 하청노동자에게 하는 갑질이나 아파트 입주민이 경비노동자·관리사무소 직원에게 하는 괴롭힘은 여전히 가해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특수고용직이나 프리랜서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직장갑질119는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회사의 사용자 책임을 정의할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해고 문제나 마켓컬리의 블랙리스트 논란도 원청과 하청업체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윤지영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형식적인 근로관계를 넘어서 실질적인 결정 권한을 행사한 자를 제재할 수 있어야 갑질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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