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꺼내 들었다. 사망사고 발생 위험이 큰 사업장이 스스로 안전보건관리 체계를 구축하도록 지도·지원하되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엄격히 처벌한다. 사고사망자 증가세를 꺾기 위해 제조업·건설업 사업장을 집중적으로 관리한다.

사망사고 건설사, 본사·현장 동시감독
100명 미만 사업장 5만곳, 끼임사고 집중 점검

정부는 25일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환경부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만든 2021년 산재 사망사고 감소대책을 발표했다. 노동부가 자체 수립해 지난달 내놓은 올해 산업안전보건감독 종합계획을 범정부 차원 대책으로 격상한 조치다.

정부는 제조업·건설업의 주요 재해 유형과 화학사업장 폭발사고를 감축하는 데 힘을 쏟기로 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5년간 발생한 산재 사고사망자의 74.1%는 건설업과 제조업에서 발생했다. 건설업에서는 추락사고(56.7%)가, 제조업에서는 추락·끼임사고(48.8%)가 많았다.

건설업 중대재해와 관련해 정부는 건설사 원청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시공순위 200위 이상 건설사가 시공하는 대규모 건설현장에 대해서는 본사 중심의 책임관리가 이뤄지도록 관리한다. 최근 2년 연속 사망사고가 일어난 건설사에서 올해 또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본사는 물론 소속 전국현장을 동시에 감독한다. 발주자에게 적정 공사기간과 비용 제공 의무를 부여하도록 한 가칭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추진한다. 1억원 미만 소규모 건설현장은 안전시설 구입·임차 비용을 현재 65%에서 80%까지 지원한다.

제조업 끼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100명 미만 사업장 5만여개를 대상으로 밀착 관리를 한다. 끼임사고 다수가 혼재작업이나 비정형작업에서 발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 대책도 내놨다. 기계 수리·점검을 도급할 때 원청이 혼재작업을 확인하고, 하청업체 간 작업일정을 조정하도록 했다. 사업장뿐만 아니라 지역주민까지 광범위한 피해를 발생시키는 화학사업장 폭발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설 적합도를 검사한다. 부실하면 개선명령을 한다.

정부가 이 같은 산재예방 대책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간 노동부는 정기감독·수시감독 계획은 제한적으로 공개했지만 기획감독 목표는 일절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산업안전보건 분야의 기획감독은 재해발생 기인물이나 유해·위험작업 사업장을 대상으로 유해·위험요인을 중심으로 실시하는 감독을 말한다. 이번 대책은 기획감독 계획을 분명히 했다는 특징이 있다. 업종별로 접근하던 기존 예방대책과 달리 중대재해 감소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2022년까지 산재 사망사고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국정목표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내년에 시행된다는 점이 대책 발표 배경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17년 964명이던 사고사망자를 2022년 505명으로 끌어 내린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권기섭 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은 “올해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 기업별 안전보건관리 체계를 확립하고 중대재해 예방을 준비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 생각한다”며 “실질적으로 사망사고를 감소시킬 수 있는 정책 추진을 위해 관계부처가 합동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택배 과로사 사회적 합의 이행 점검

정부 대책에도 정책효과가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는 여전히 크다. 50명 미만 사업장이 대표적이다. 해당 규모 사업장은 우리나라 전체 사업체의 98% 이상을 차지한다. 2019년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같은해 전체 산재 요양재해자 중 50명 미만 사업장에서 76.6%가 발생했고, 사고사망자(855명)의 77.2%(660명)가 여기서 나왔다. 중대재해처벌법도 2024년부터 적용된다. 한국노총은 성명에서 “소규모 사업장 안전대책은 없고 사고성 재해에 지나치게 집중하면서 업무상질병 대책을 소홀히 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노동부는 택배 노사와 정부·여당이 합의해 내놓은 ‘택배기사 과로사 대책 사회적 합의기구 합의문(1차)’ 이행 여부를 다음달 점검한다. 사회적 합의에 참여하지 않았던 중소형 택배업체 실태조사도 한다. 지난 24일 이아무개(59)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가 뇌출혈로 쓰러지는 등 사회적 합의 후에도 과로 문제가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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