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진택배 소속 택배노동자의 문자. 한진은 지난해 10월26일 심야배송 중단을 선언했지만 현장에서는 새벽배송이 계속되고 있다. <전국택배노조>

지난해 9월 추석 명절 물량폭증을 앞두고 파업을 선언했던 택배노동자들이 설 명절 특수기를 앞두고 지난 15일 다시 파업을 경고하고 나섰다. 지난해 택배노동자들의 잇단 과로사가 사회적 논란이 되면서 택배사와 정부가 분류작업 인원투입, 심야배송 중단 같은 과로 해소 대책을 내놓고 사회적 합의기구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노동강도 완화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택배노동자가 분류작업 비용 부담,
택배기사는 20명인데 분류인력은 한 명

현장에서는 여전히 택배 분류작업 책임이 택배노동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분류작업 지원은 대리점이 인력을 관리하고 택배사가 박스당 지원액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회사 지원액이 적어 분류작업 인력을 거의 뽑지 못하거나 택배노동자가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 노동·사회단체 증언이다.

롯데택배는 분류인력을 거의 고용하지 못하고 있다. 롯데택배가 전국대리점협의회에 내린 ‘화물인수인계 비용에 대한 대리점 분담금 적용 동의서’는 분류인력이 분류하는 박스당 택배사 10원, 대리점 10원을 지원한다고 밝히고 있다. 택배 박스를 월 10만개 받는 대리점의 경우 분류인력 채용비는 200만원이다. 이 액수는 분류인력 1.4명 고용분이다. 분류인력 1인당 비용이 약 140만원이기 때문이다. 노조에 따르면 물량 10만개를 받는 대리점은 보통 택배노동자 20명을 고용해 1인당 5천개의 박스를 배송한다. 롯데택배 지원방식으로는 택배노동자 20명이 일하는 대리점에 고작 분류인력 한 명이 배치되는 것이다. 노조는 “사실상 이는 분류인력 투입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7일과 23일 롯데택배 소속 노동자들은 각각 과로로 쓰러지고 사망했다.

CJ대한통운은 택배노동자가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CJ대한통운과 대리점 사이의 ‘인수비용 협약서’에 따르면 분류작업 인력은 대리점이 구인해 관리한다. 이들의 채용·교체·임금 지급 등 모든 관리는 대리점이 고용주로서 책임지고 한다. 회사는 대리점 수익규모를 상·중·하로 나눠 박스당 15원·17.5원·20원씩 지급한다. 대리점은 택배사의 지원금만으로 분류인력 채용이 어려워 금액을 택배노동자에게 전가했다. CJ대한통운 여수·일산동구·세종·영등포터미널 등은 기사들에게서 떼는 수수료를 올리거나 택배노동자들이 일부 비용을 부담 중이다.

심야배송도 여전하다. 한진택배는 지난해 11월 심야배송 중단을 선언하고 오후 10시 이후 택배 배송 업무를 일괄 중단했지만 노동자들은 여전히 새벽 5~6시까지 배송한 후 문자로 새벽 택배배송을 보고했다. 지난달 14일, 22일, 이달 12일 한진택배 소속 노동자들은 뇌출혈로 쓰러졌다.

로젠택배는 지난해 11월 과로사 대책 발표를 약속했지만 발표를 하지 않은 상태다.

공전하는 사회적 합의기구
노조 “19일 합의 안 되면 파업”

사회적 합의기구 논의는 공전하고 있다. 분류작업에 대한 책임이 사용자에게 있다는 합의를 물류협회측이 부정하면서다.

사회적 합의기구는 지난달 14일 1차 회의를 열고 ‘분류작업은 사용자 업무’라는 내용을 합의했다. 하지만 같은달 29일 열린 2차 회의에서 택배업계를 대표해 참여한 한국통합물류협회 관계자가 1차 합의 내용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회의가 파행했다. 물류협회는 분류작업과 관련한 내용은 합의한 바가 없고 쟁점이 되는 내용이라 천천히 논의해 나갈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전국택배노조는 지난 15일 서울시 서대문구 서비스연맹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일로 예정된 사회적 합의기구 회의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파업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며 “20~21일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파업에는 CJ대한통운·우체국택배·한진택배·롯데택배·로젠택배 5개 택배사 소속 전국택배노조 조합원 5천500여명이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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