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택배노조 우체국본부가 13일 서울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단체교섭 결렬에 따른 파업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설 대목을 앞두고 우정사업본부 비정규직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우편집중국에서 택배 분류업무를 담당하는 기간제 우정실무원의 공무직 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우정사업본부 자회사인 우체국물류지원단과 업무위탁계약을 맺는 위탁택배 노동자도 물량 준수와 분류작업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했다.

3개월, 6개월 쪼개기 계약에 임금차별 설움
집중국 택배 분류작업 도맡는 기간제 우정실무원

우정노조는 13일 “탈법적인 쪼개기 계약을 중단하고 기간제 노동자를 공무직으로 채용하라”고 촉구했다. 집배원 과로사 대책에 따라 지난해 상반기 우체국 택배물량은 소폭 감소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무겁고 부피가 큰 택배들이 우체국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이후 우체국 택배물량은 1년 전 대비 16.2% 증가했다.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2.5단계로 상향되고 연말연시를 앞뒀던 지난달 셋째 주는 택배물량이 50% 이상 늘어나기도 했다. 늘어난 택배물량으로 분류작업이 지연되고 총괄국 집배업무까지 과부하에 걸리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집중국에서 택배 분류업무는 우정실무원이 맡는다. 우정실무원 3천500여명은 공무직(무기계약직)이지만 1천200여명은 기간제 노동자다.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시간제로 일한다. 우정노조는 “택배 분류업무는 상시·지속업무로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규직화해야 하는데 우정사업본부가 3개월, 6개월 쪼개기 계약을 하면서 정규직 전환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무직과 기간제 우정실무원은 같은 일을 하더라도 임금 차이가 크다. 일용임금을 적용받는 기간제는 명절보로금, 경영평가 상여금, 근속수당, 정액급식비를 못 받는다. 우정사업본부는 예산 문제로 기간제 우정실무원의 공무직 전환을 미뤄 오다 올해 들어 97명을 공무직으로 전환했다. 노조는 나머지 전일제 비정규직 우정실무원 544명도 공무직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노사는 3월까지 50%(270명)을 공무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성수기엔 과로위협 비수기엔 생계위협”
우체국물류지원단 위탁택배 노동자 파업 예고

우정사업본부 자회사인 우체국물류지원단의 위탁택배 노동자들도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이들은 물류지원단과 2년 단위 계약을 맺고 배송 건당 수수료를 받는 특수고용 노동자다.

전국택배노조 우체국본부(본부장 윤중현)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코로나19를 이유로 교섭을 해태하고 있다”며 “노조가 요구한 배달물량(기준물량)·배송구역 등의 문제가 합의되지 않으면 27일부터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는 위탁택배 노동자들의 임금을 결정하는 배달물량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건당 수수료가 수입이기 때문에 1명당 일평균 배달물량을 적정 수준으로 확보해야 소득과 노동강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지난해 노사는 노동자 1명당 하루 평균 배송물량을 190개 정도 보장받도록 합의했다. 그런데 노조는 여전히 성수기와 비수기 배송물량 차이가 크다고 주장했다. 노사가 합의한 물량 수준이 시기를 가리지 않고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윤중현 본부장은 “우체국물류지원단 위탁배달원들은 다른 비정규 노동자들처럼 탄력근무제를 강요당하고 있다”며 “9월 이후 택배성수기가 되면 물량이 많아져 과로 위협을 느끼고, 설이 지난 2월 이후 비수기에는 물량이 적어 생계 위협을 받는다”고 우려했다. 노조는 지난해 12월부터 우체국물류지원단과 단체교섭을 하고 있지만 교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위탁배달 노동자는 특수고용직이라 임금협약을 맺지 않지만 2년마다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단체교섭을 한다.

노조는 “사측이 직영 노조와는 교섭을 하고 우체국본부와는 코로나19를 이유로 교섭을 중단하거나 일정을 여러 번 연기했다”며 “기준물량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서도 지난 11일까지 합의하지 못해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고 설명했다.

우체국물류지원단은 “12월16일 이후 물류지원단 내 확진자가 5명이 나오는 등 방역 강화 및 대응계획 수립을 위해 교섭일 변경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며 “노조의 교섭 결렬 선언에도 불구하고 지속적 대화를 시도하며 노사 간 교섭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미영·정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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