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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길어지는 여행·관광업 ‘보릿고개’무급휴직 넘어 구조조정 우려 … 머리 맞댄 노사정, 돌파구 찾기 안간힘
▲ 정기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여행·관광업이 고사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957만명으로 곧 1천만명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확진자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대다수 국가가 걸어 잠근 빗장을 풀지 않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3월 방한한 외국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4.6% 감소했다. 국외여행을 떠난 관광객도 93.9% 감소했다.

여행사·면세점·호텔은 개점휴업 상태다. 국내 여행업계 1·2위 기업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지난달 송출객수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99% 감소했다. 김포·김해·제주공항 내 면세점은 무기한 휴점에 돌입했고 인천공항 1·2터미널 면세점은 야간운영을 중단했다. 시내 면세점은 단축영업을 실시 중이다. 서울 지역 호텔의 경우 통상 투숙률이 70~80%였지만 코로나19로 10~20%선을 기록하고 있다. 여행·관광업에서 일하던 비정규 노동자들은 소리 없이 잘려 나갔고, 그나마 고용이 안정된 정규직 노동자조차 강제 연차 소진과 무급·유급휴직을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정부가 여행·관광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해 고용안정지원금을 추가 지원하고 있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대책만으로 역부족이다. ‘돈맥경화’가 계속된다면 서비스 업종 특성상 인건비 부담부터 줄일 수밖에 없다.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여행·관광업계는 무엇을 고민하고 있을까. 지난 26일 <매일노동뉴스>가 여행·관광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쓰러지는 노동자, 외주화로 감춰진 피해”

여행·관광업계에 기약 없는 보릿고개가 닥치자, 노동자들이 속수무책으로 일자리를 잃었다. 김정우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면세점 고용인원은 2만7천605명으로 1월 대비 7천363명(21%) 감소했다. 실직한 이들 상당수는 비정규직, 간접고용 노동자일 것으로 추정된다. 윤혜림 롯데면세점우리가치노조 위원장은 “롯데면세점 본사 직원이 1천명인데 함께 일하는 브랜드(협력업체) 직원은 1만명가량 된다”며 “코로나19 이후 매장에 있던 직원들이 사라졌는데 아마 권고사직을 당했거나 일방적으로 해고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면세점에 입점한 의류·화장품 브랜드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경우 급여가 삭감되거나 권고사직·무급휴직을 강요받고 있다.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에 따르면 ㈜스와로브스키와 ㈜발렌타인(브랜드명 러브캣)은 최근 직원들의 급여를 삭감했다. 초콜릿 브랜드인 ㈜엘가는 해고 후 직원들의 퇴직금을 미지급한 상태다.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사정도 좋지 않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자 회사는 15·30일 동안의 자발적 무급휴직을 신청받고 있다.

여행사나 호텔도 코로나19로 상황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코로나19가 국내에서 급격히 확산하던 시기인 지난 3월에는 서울 중구·동대문구에 위치한 26개 호텔 중 절반이 문을 닫았다. 서비스연맹에 따르면 4성급 호텔인 세종호텔은 본관 전체가 임시휴업 중이며 예식이 있을 때만 운영하고 있다. 5성급 호텔인 힐튼경주는 평일 객실 투숙률이 10%대에 머물고 있다. 평일에는 전체 직원의 절반만 출근한다. 호텔업계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주차안내·청소·세탁·보안경비·시설관리·룸메이드 등 대부분 직종을 외주화해 드러나지 않은 피해는 더욱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행업계 1위 업체 하나투어는 6월부터 최소 근무인력을 제외한 직원 대다수가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모두투어도 3월부터 유급휴직을 시행했고 5월부터 무급휴직을 병행하고 있다. 서울고용센터에 따르면 종로구·중구·동대문구 안에 있는 1천400개 여행업체 중 900여 곳이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지급받았다.

“폐점과 구조조정만은 막아야”

코로나19가 가져온 위기를 타개할 방안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여행·관광업계 노사의 바람은 크게 다르지 않다. 노동계는 폐업으로 인한 인력 구조조정을, 재계는 폐점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희승 서비스연맹 조직국장은 “고용과 직접 관계되지 않으면서 재계 부담을 줄여주는 규제완화는 필요하다”며 “호텔은 전기요금을 산업용이 아닌 상업용을 내는데, 산업용으로만 바꿔 줘도 비용이 많이 절감된다”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하든 호텔이 문을 닫기 전에 노사가 지혜를 모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는 현재 고용유지지원금 지원기간 연장과 재산세·종합부동산세·교통유발부담금 감면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계는 정부가 재계에 필요한 지원을 하되, 고용유지를 조건으로 내걸어야 한다고 본다.

최근 노사정이 모여 여행·관광업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관광산업위원회(위원장 노광표)를 띄웠다. 이곳에서도 같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관광산업위 노동자위원인 윤혜림 위원장은 “적자가 누적되면 칼날은 노동자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며 “사측이 고용유지협약서를 체결해 직원들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윤 위원장은 “일시적으로 한국 시내 면세점에서 내국인 판매가 가능하도록 하는 안을 제시할 생각”이라며 “규제완화가 노조가 해야 할 주장일까 고민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판매를 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만들어 줘야 함께 일하던 협력업체 직원도 더 빠르게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노동자위원인 유승환 쉐라톤서울팔래스호텔노조 위원장은 “단기 목표는 12월까지 고용유지지원금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호텔 내 일자리 질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만큼 문화체육관광부가 호텔 직접고용 비율을 반영해 호텔 등급을 매기는 식으로 호텔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장기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위원장에 따르면 쉐라톤서울팔래스호텔의 간접고용 인원은 직접고용 인원의 60%에 달한다. 호텔업계 정규직 직원 초봉도 2천400여만원에 불과하다.

“코로나19 이후 미래 대비해야”

관광산업위원회에서 공익위원으로 참여하는 송현기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삼신)는 “코로나19로 관광산업이 어렵긴 하지만 이번을 계기로 관광산업을 발전시키고 잘못된 부분들은 고쳐 나가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호텔 안 뷔페 등은 대부분 외주를 주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직접고용해 고용안정을 통한 호텔 서비스 질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익위원 김남조 한양대 교수(관광학)는 “관광산업의 경우 사건·사고에 예민해 코로나19와 같은 사건이 발생하면 수요가 확 줄지만 또 종식되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며 “이미 폐업·폐점이 이뤄지면 다시 창업하는 경우 시간과 비용이 더 많이 드는 만큼 현재 관광 인프라를 유지하기 위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광표 위원장은 “관광산업은 계속 발전해 왔는데 그 안에 있는 노동자는 고용 불안정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우리 전략산업인 관광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추후 장기적 전략을 짤 때라도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노 위원장은 “중국·일본과의 관계에서 삐끗하면 여행·관광업계가 구조적으로 흔들리는 상황이니, 제주도 갈 돈 있으면 동남아 간다는 말이 왜 나오는지 생각해 보는 등 국내 여행산업의 내수활성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예슬  yeah@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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