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10.13 일 08:00
상단여백
HOME 기획연재 연재
[김용균 특조위 조사보고서 다시 보기 ④] 산업안전감독 강화하고 독립성 확보해야기성호 김용균 특조위원(단국대 건설방재안전공학과 교수)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김용균 특조위)가 지난달 19일 4개월에 걸친 진상조사를 마치고 715쪽 분량의 조사결과 보고서를 내놓았다. 조사위원 16명, 자문위원 30여명이 참여한 대대적인 진상조사 결과다. 한국 사회가 김용균씨 죽음에 공명한 이유는 안전을 비용으로 보고 죽음까지 외주화하는 부조리 때문이었다. 김용균 특조위가 전력산업 구조개편 역사를 들춰내고 시정을 권고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결과보고서를 자세히 들여다봐야 어떻게 바꿀지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있다. 조사위원과 자문위원이 직접 진상조사 결과보고서의 의미를 담은 글을 보내왔다. 7회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 기성호 김용균 특조위원(단국대 건설방재안전공학과 교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산업안전보건은 규제행정 비중이 큰 특징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한 나라의 산업안전보건 발전과 재해예방에 있어 산업안전보건행정이 차지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또한 효과적인 산업안전보건행정 업무 수행을 위해 특별사법경찰 권한이 부여된 산업안전감독관은 기업 입장에서는 이미 무소불위의 절대적 존재로 인식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석탄화력발전소를 비롯한 산업현장에서는 산업안전보건행정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지적과 우려가 많았다. 이유는 급속도로 발전하는 산업사회와 함께 고도화·전문화·복잡화된 유해 위험요인에 선제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할 산업안전보건행정이 말 그대로 아마추어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김용균 특조위는 조사를 통해 근본적인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산업안전보건행정 공무원의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비전문성이다. 아무리 좋은 산업안전보건 제도를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집행기관이 이를 제대로 운용할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면 산업안전보건행정의 실효성을 거둘 수 없다. 산업안전보건행정 공무원 604명을 분석한 결과 5년 미만 경력자가 72%(431명)로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전문성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20년 이상 경력자는 6%(36명)에 불과했으며, 무려 절반에 가까운 49.2%(297명)가 행정직으로 구성돼 있어 공학적·기술적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높은 수준의 산업안전보건 정책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업장 감독이나 사고조사의 경우도 심층적이고 근본적인 원인 규명을 통한 동종 유사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보다는 범법사항 적출과 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감독업무에 안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산업안전보건행정의 독립성이 보장돼 있지 않아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전문성을 제고하기 어렵고 채용·근무평가·경력관리·교육훈련 등을 통해 스페셜리스트로 육성하기에는 불가능한 구조로 돼 있다.

둘째, 산업안전보건행정 조직의 불비(不備)다. 아무리 산업안전보건 정책을 강화하더라도 고용노동부 내부의 1개 국으로 존재하는 지금의 산업안전보건행정 조직과 규모로는 뒷북행정·전시행정·방어행정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강도 높은 산업안전보건 정책을 효과적으로 수행함에 있어서도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하기에 한계가 있다. 2022년까지 정부의 산업재해 사망자 절반 이상 감축, 공공기관 작업장 안전강화 대책,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 등 강도 높은 정책과 중차대한 산업안전 과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산재예방보상정책국 조직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위와 같은 근본적이고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기적·장기적 개선 권고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작업환경의 변화와 유해위험요인이 고도화·대규모화·복잡화·다양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산업안전보건 담당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지속적이며 체계적인 직무역량 강화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 둘째, 산업안전감독관을 비롯한 관련 공무원은 산업안전보건 관련 지식과 전공·실무경력을 보유하고 있는 자 중에서 선발하고 채용시부터 정년 때까지 산업안전보건업무만을 수행하는 등 최고의 전문성을 보유할 수 있도록 직무순환제도를 개선하고 동기부여·경력관리를 해야 한다. 셋째, 현재의 산업안전보건행정 조직과 규모로는 정부의 산재정책을 주도하는 데 역부족이므로 산재예방보상정책국 규모를 ‘실’로 개편해 운영하는 등 조직을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산업안전보건행정 조직을 노동부에서 분리된 별도의 행정구조인 외청, 즉 채용·근무평가·경력관리·교육훈련 등 독립성이 철저히 보장된 ‘산업안전보건청’을 설립해 고도의 전문성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안전보건감독관은 독립된 산업안전보건청(OSHA)에서 산업안전보건 관련 지식과 실무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자 중에서 선발하고 채용시부터 정년 때까지 본인의 희망에 따라 산업안전보건 업무만을 수행함으로써 최고의 전문성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독일 역시 산업안전보건업무에 대해 채용 과정을 포함한 인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어 고도의 전문성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감독관은 이공계 전공자 중에서 2년간의 전문교육을 실시한 후 정식으로 채용하고 채용 후에도 산업안전보건업무에 지속적으로 근무하면서 전문적인 재교육과 훈련을 받는 등 오랜 시행착오를 통해 정착된 선진 외국사례는 산업안전보건행정 문제를 개선하고자 하는 우리에게 적지 않은 귀감이 될 것이다.

기성호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성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