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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특조위 조사보고서 다시 보기 ②] 석탄발전소 1급 발암물질 심각,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이윤근 김용균 특조위원(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김용균 특조위)가 지난달 19일 4개월에 걸친 진상조사를 마치고 715쪽 분량의 조사결과 보고서를 내놓았다. 조사위원 16명, 자문위원 30여명이 참여한 대대적인 진상조사 결과다. 한국 사회가 김용균씨 죽음에 공명한 이유는 안전을 비용으로 보고 죽음까지 외주화하는 부조리 때문이었다. 김용균 특조위가 전력산업 구조개편 역사를 들춰내고 시정을 권고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결과보고서를 자세히 들여다봐야 어떻게 바꿀지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있다. 조사위원과 자문위원이 직접 진상조사 결과보고서의 의미를 담은 글을 보내왔다. 7회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 이윤근 김용균 특조위원(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

석탄발전소에서 원료로 사용하는 유연탄에는 ‘결정형 유리규산’이라는 1급 발암물질이 함유돼 있다. 이 물질은 노출되고 십수 년 뒤(길게는 30년 이상)에 폐암을 일으켜 일명 ‘조용한 시한폭탄’으로 알려진 석면과 동급의 발암물질이다.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진 것처럼 발전소 노동자들의 진폐증과 만성폐쇄성폐질환, 폐암 발생률이 높은 이유다. 그뿐만 아니라 석탄에는 비소·수은·납처럼 인체에 치명적인 중금속들도 함유돼 있다.

석탄은 화력발전소의 전부라 말할 수 있다. 처음 연료 하역에서부터 컨베이어벨트를 통한 이송과 분쇄, 그리고 보일러에서 연소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석탄재로 남게 되는 모든 공정에서 고농도의 분진이 발생한다.

석탄이 석탄재로 변화하는 과정 속에는 엄청난 비밀이 숨어 있다. 보일러에서 연소되기 전 석탄에는 3% 내외의 결정형 유리규산이 함유돼 있다. 그러나 석탄은 연소 과정을 거치면서 다량으로 함유된 휘발성 물질과 기타 탄화물질들이 날아가고(이때 벤젠 같은 발암물질이 발생한다) 찌꺼기인 석탄재만 남게 된다. 이 과정에서 유리규산과 수은·납·비소 같은 중금속은 더욱 농축돼 그 함량이 엄청나게 증가하게 된다. 결정형 유리규산은 함량 기준으로 처음 석탄에 비해 무려 20배 정도 증가한 60% 내외로 함량이 높아진다. 마치 타고 남은 연탄재와 같은 원리다. 실제 연탄재에도 높은 함량의 결정형 유리규산이 있다. 이를 치우는 청소노동자에 발생한 폐암이 직업병으로 인정된 사례도 있다. 안도현 시인이 <너에게 묻는다>는 시에서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고 말했던 구절이 있다. 보건학적 관점에서 보면 정말로 연탄재를 함부로 차서는 안 된다.

김용균 특조위 보고서를 보면 이 문제의 심각성이 정확히 드러나 있다. 단편적인 결과이긴 하지만 석탄재 찌꺼기 처리작업에서 공기 중 결정형 유리규산을 측정한 결과 노출기준을 8~16배 정도 초과하는 매우 높은 수준으로 평가됐다. 이는 결정형 유리규산이 가장 심각하다고 하는 광산·석재가공·도자기제조·주물 공장보다도 2배 이상 높은 농도다. 뿐만 아니라 발전설비를 운전하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5년 동안의 폐기능을 비교한 결과 약 10% 정도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 확인됐다.

석탄재의 발암물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발전소에서 가공처리된 석탄재는 시멘트·콘크리트·벽돌 혼화재로 사용된다. 이 과정에서 석탄재를 운반하는 화물노동자들과 시멘트나 벽돌을 제조하는 노동자들도 발전소 노동자들과 동일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즉 결정형 유리규산 노출은 발전소만이 아니라 광산·건설·석재·도자기·유리·주물·시멘트·레미콘 공장 등에서 일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다. 정부가 나서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장기간 잠복기를 거쳐 발병하는 직업성 암 등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목적으로 ‘건강관리수첩제도’가 있다. 이 수첩을 소지한 노동자는 어떤 일을, 어느 사업장에서 하든 관계없이 특수건강진단을 주기적으로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 현재 석면 등 15개 대상물질과 결정형 유리규산이 문제될 수 있는 석재 가공작업 같은 특정 분진작업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정작 이들 작업보다 더 높은 농도로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석탄재 취급 노동자들은 모두 제외돼 있다. 특히 발전소의 정비 작업(특히 대정비 작업)은 대부분이 밀폐된 공간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더욱더 위험성이 가중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정비 작업에 투입되는 상당수 작업자는 일용직 플랜트 노동자라는 이유로 어느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방치돼 있다. 즉 이들은 어디에도 흔적이 없는 그림자 노동자로 취급받고 있는 셈이다.

발전소 노동자들을 포함한 고농도의 결정형 유리규산에 노출될 수 있는 모든 노동자들도 건강관리수첩제도에 포함해야 한다. 유해작업 도급금지와 위험의 외주화 중단도 당연히 함께 추진돼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과 관련된 문제들이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할 때다.

이윤근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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