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연맹
공공기관 임금피크제가 각 기관마다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평균 임금조정기간은 2.5년이지만 최소 1년부터 최대 6년까지 6배 차이가 났다. 임금조정기간 동안 누적임금삭감률은 최소 5%에서 최대 320%까지 64배나 벌어졌다.

공공기관마다 임금피크제 적용방식이 다른 이유는 2016년 도입 당시 박근혜 정부가 신규채용 목표인원을 기관별로 할당하고 총 인건비 내에서 신규채용 인건비를 감당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기관 업무 특성상 석·박사 등 고학력 소지자를 일정 비중 이상 채용해야 하는 기관은 동일한 신규채용이라도 인건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탓에 임금감액률을 높게 설정할 수밖에 없다. 누적임금삭감률이 가장 큰 기관인 한국디자인진흥원 만 56세부터 임금 삭감을 시작해 60세까지 5년 동안 임금을 320% 삭감한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임금피크 대상자의 업무 성과나 생산성 변동과 관계없이 기관의 인력구조나 임금체계에 따라 임금삭감 정도가 정해져 임금형평성 논란이 야기됐다"고 비판했다.

“임금 나눔에서 일자리 나눔으로 정책 바꿔야”

공공연맹·공공운수노조와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현황과 문제점' 토론회를 열었다. 임금피크제는 공공기관 노사관계를 좌우하는 핵심 현안이다. 박근혜 정부가 2016년 고임금 노동자 임금 절약재원을 신규채용에 활용한다는 명목으로 임금피크제를 시행했다. 임금을 깎아 마련한 재원으로 청년을 신규채용하도록 했다.

신규채용 인력은 정규 정원이 아닌 별도정원으로 관리한다. 이들의 인건비는 임금피크제를 통한 절감재원으로 충당해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임금피크제로 마련한 재원보다 신규채용자들에게 들어가는 인건비가 커졌다. 공공기관들이 휘청이는 이유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공공기관 임금피크제의 부작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초점이 모아졌다.

발제자로 나선 김철 선임연구위원은 "임금 나눔에서 일자리 나눔으로 임금체계 관련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임금피크제로 인한 임금 감축액에 상당하는 노동시간단축을 병행해 실질적인 일자리 확대정책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정부도 공감하는 제안이다. 그동안 생산성 하락을 이유로 '임금피크제에 따른 노동시간 조정 불가'를 외쳤던 기획재정부는 올해 입장을 바꿔 노사 합의로 노동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길을 텄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임금피크제 정부 지원금 제도가 지난해 12월 일몰된 상황에서 임금피크제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공공기관 총 인건비가 잠식돼 직원들의 임금이 감소하고 한정된 총 인건비를 두고 노노 갈등이 격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당장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개선이 어렵다면 장년근로시간단축 제도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금이 삭감된 만큼 노동시간을 줄이는 제도를 활용하자는 것이다. 그는 "임금피크 대상자에 적합한 직무를 개발해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하고 기관의 인력운용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법원 판결에도 꺼지지 않는 차별 논란

이종수 공인노무사(노무법인 화평)는 "공공기관 임금피크제는 연령 차별금지 법리나 청년고용에 대한 국가 책임 관점에서 수긍하기 어려운 제도"라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6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임금피크제가 '합리적 이유가 있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다소 위배되는 측면이 있지만 임금피크제가 청년층 고용유지와 촉진을 위한 지원조치의 일환이어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상 차별금지 예외사유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이 노무사는 이와 관련해 "고령자고용법상 차별금지 조항은 사실상 차별허용 조항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판결"이라며 "해당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금피크제 해법으로는 장기적으로 공공기관 임금체계 개편을 제시했다. 그는 "중장기적으로 공공기관 정년을 만 65세로 연장하고 연공급적 요소를 줄이는 방향으로 공공기관 임금체계 개선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