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오후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조선산업 미래찾기 금속노조 기자간담회에서 김호규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현대중공업으로의 매각은 어떤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 대안에 대해서는 다 열어 놓고 얘기하겠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하는 산업은행 결정을 둘러싸고 노동계 반발이 격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노동계가 대안도 없이 반대만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속노조(위원장 김호규)가 9일 현대중공업으로의 매각 철회를 전제로 민간 컨소시엄 매각부터 공기업화까지 다양한 방식의 매각을 모두 열어 놓고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위한 노정교섭을 요구했다.

'동종사·해외 매각' 제외

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 정동 금속노조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우조선해양 매각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호규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대우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으로 매각되면 조선산업 생태계의 그 어떤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며 "시작이 불투명했던 만큼 결과가 불안하다면 첫 단추를 다시 꿰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조선업계를 '슈퍼 빅1' 체제로 재편하는 빅딜을 둘러싼 우려 목소리는 노동계 밖에서도 나오고 있다. 밀실매각 논란은 둘째치더라도 인력 구조조정과 대형-중소형-기자재부품사로 이어지는 조선산업 생태계가 붕괴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선산업 전문가들은 "매각 시너지는 불분명한데 조선산업 설비나 인력감축, 기자재 산업 축소효과는 명확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박종식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은 최근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이슈페이퍼에서 "대우조선해양을 서둘러 현대중공업에 매각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매각 이후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충분히 검토해도 늦지 않고, 조선산업 생태계 회복 논의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대우조선해양 매각 방향성을 제시했다. 동종사 매각과 해외매각을 제외한 나머지, 예컨대 공기업화부터 민간 컨소시엄 매각까지 다양한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황우찬 노조 사무처장은 "최소한 조선산업 생태계가 박살 나지 않는 구조가 아니면 다 열어 놓고 얘기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신상기 노조 대우조선지회장은 "현대중공업으로의 매각을 철회시키는 게 먼저"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바람직한 매각이 무엇인지 현장과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겠다"고 말했다. 박근태 노조 현대중공업지부장도 "물적분할 후 탄생하는 중간지주회사(한국조선해양)로 모든 이익이 귀속되는 구조가 된다"며 "노동자 입장에선 열심히 일해도 모든 성과를 지주사가 가져가는 수탈구조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물적분할에 반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조만간 국회 전문가 토론회를 통해 다시 한 번 노정교섭을 요구할 방침이다. 매각 절차를 계속 강행할 경우 강경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대우조선 매각은 배임행위"
이동걸 산업은행장 고소·고발 예고


노조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조만간 배임혐의로 고소·고발한다는 계획이다. 이동걸 회장이 대우조선해양에 투입된 공적자금의 충분한 회수 없이 졸속으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산업은행에 손해를 입혔다는 이유다.

송영섭 금속노조 법률원장은 "지난해부터 국내 조선업 경기가 회복되고 있고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만큼 앞으로 충분히 기업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데도 현대중공업에 지분을 매각하는 건 타당성이 없다"며 "산업은행의 최대 이익을 충실히 대변할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 원장은 "이 회장이 대우조선해양의 사실상 '이사' 지위에 있으면서도 대우조선해양이 아닌 현대중공업에 이익을 주는 매각에 앞장서고 있는 것도 배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달부터 진행되고 있는 기업 실사로 대우조선해양의 핵심적인 영업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대우조선해양에 막대한 손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에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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