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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꿰매고, 진통제 먹으며 배달하는 집배원광주지역 집배노동자 자살은 '예고된 죽음' … “예비 인력 없어 쉴 수가 없다”
   
▲ 집배노조
인천지역 집배원 A씨는 지난 7월 빗길에 오토바이가 미끄러지는 바람에 넘어져 팔을 다쳤다. 사고로 오른쪽 팔에 상처를 입고 일곱 바늘을 꿰맸다. 팀원 중 한 명이 병가 중이어서 동료 구역까지 도맡아 배달하는 ‘겸배’를 하던 중이었다. A씨는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을 해야 했다.

A씨는 “인력이 없어서 내가 빠지면 내 구역까지 동료들이 떠맡게 된다”며 “안 그래도 한 명이 빠졌는데 나까지 병가를 도저히 쓸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꿰맨 곳이 쓸려서 덧날까 걱정하면서도 평소와 똑같이 업무를 해야 했다.

군산지역 집배원 B씨는 이태 전 큰 사고를 당했다. 달리던 오토바이가 강풍에 넘어진 것이다. 오토바이 전복 사고로 늑골 5대가 부러지고 견갑골이 골절됐다. B씨는 겨우 뼈가 붙을 무렵인 한 달 만에 우체국으로 복귀했다. B씨는 “너무 아파서 진통제를 먹으면서 일했다”며 “관리자가 크게 압박하지 않더라도 나 때문에 동료들이 더 고생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후 뒤늦게 6개월 공상 승인이 났지만 쉴 수 없었다”며 “팀에서 병가로 두 명이 빠진 상태였다”고 전했다.

예비인력 규정 있지만 집배부하량 기준

지난 5일 교통사고 후 우체국 복귀 예정일에 이아무개씨가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고인의 유서에는 아픈 상태에서 출근을 하라고 해 두렵다는 내용이 써 있었다. 사고 후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하다 다치는 집배원은 부지기수다. 지난 2013년 노동자운동연구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집배원 절반 이상이 오토바이 사고를 당한 경험이 있었다. 우정사업본부는 공공기관 중 산재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기도 하다. 2012~2015년 사고·질병으로 산업재해를 겪은 우정사업본부 직원이 전체의 1.03%로, 같은 기간 평균 산업재해율인 0.46%의 두 배를 웃돌았다. 같은 기간 산업재해를 당한 우정사업본부 직원 1천775명 중 집배원은 1천171명(65.9%)으로 조사됐다. 사고는 많은데 예비인력이 없으니 아파도 참고 일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정사업본부 현업관서 소요인력 산출기준세칙’에 따르면 연가·병가·특별휴가·공가·교육으로 결원 발생시 추가로 운용할 수 있는 인력 3.5%를 산정해 운용하게 돼 있다. 그런데 노동자들은 "현장에서는 이를 체감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집배노조는 “대체인력이 없어 집배원들은 일상적 겸배업무에 시달리고 있다”며 “규정된 3.5% 예비인력을 지키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이 올해 5월 관할지역 4개 우체국 실태를 조사한 결과 연평균 연차휴가 사용일은 2.7일에 그쳤다. 김효 집배노조 정책국장은 “연가를 모두 사용할 경우 8%의 예비인력이 필요하고 토요 택배 업무량까지 감안하면 예비인력은 10%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예비인력 4%를 반영해 운영하고 있다”며 “정원 기준이 아닌 집배부하량에 따른 업무량 기준 예비인력”이라고 설명했다. 정원을 기준으로 인력을 추가 배치하는 방식이 아니라 노동계가 "엉터리"라고 비판하는 부하량 계산에 따라 예비인력을 산정한다는 것이다.

유가족, 진상규명·명예회복 요구

집배노조와 집배노동자 장시간 노동철폐 및 과로사·자살방지 시민사회 대책위원회는 7일 오후 서광주우체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책임자를 처벌하라”며 “고인의 명예회복을 위해 당장 순직처리하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에는 고인의 배우자와 자녀 등 유가족 6명이 참석했다.

유가족은 이날 발인 예정이던 장례 일정을 연기했다. 진상규명과 고인의 명예회복을 요구하고 있다. 고인의 아들 이아무개(26)씨는 "아버지가 다친 뒤 몸이 아픈 데다 다른 팀원들이 (나 때문에) 고생한다며 힘들어 하셨다"며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까지 우체국쪽의 강요가 있었는지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윤자은  bor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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