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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사·과로자살 막기, 노동계·시민사회 손잡았다30개 단체 공동대책위 출범 … 캠페인·제도개선 10월 과로사 예방센터 발족
   
▲ 민주노총과 민변, 노동건강연대 등 30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과로사 OUT 공동대책위원회가 12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S중공업에 다니던 ㄱ(질병 당시 53세)씨는 2013년 5월 협력업체 면담 중 입이 돌아가고 말을 잘 못하는 증상이 나타났다. 병원 진단 결과 뇌경색·우측편마비·실어증으로 판명 났다. 근로복지공단은 단기성·만성과로가 인정되지 않아 산업재해로 볼 수 없다고 결정했다. 그는 발병 전 1주 59시간, 4주 평균 60시간, 12주 평균 57시간을 일했다. 법원은 그가 상당한 장시간 근로를 했다며 공단 결정을 뒤집고 산재를 인정했다.

과도한 업무로 인한 과로사·과로자살은 직종을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 지난해부터 올해 2월 사이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서 노동자 6명이 돌연사했다. 넷마블과 LG연구원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다. 2명은 목숨을 끊었다. 올해 7월에는 안양우체국 집배원이 우체국 앞에서 분신했다. 올해 과로사 추정 사망과 사고·자살 등으로 15명의 우정노동자가 숨졌다. 1월에는 보건복지부 공무원이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노동자 2명 중 1명 장시간 노동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과로사·과로자살 예방과 보상을 위한 제도개선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12일 출범한 과로사 OUT 공동대책위원회다. 대책위는 이날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개최한 출범 기자회견에서 "과로사·과로자살이 없는 삶을 위해 공동행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매년 산업재해로 인정받는 과로사망 노동자는 평균 310명 수준이다. 이 중 자살자 비율이 35%에 이른다. 과로가 질병과 죽음을 부르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우리 법·제도는 장시간 노동을 되레 권장한다. 1961년에 도입된 노동시간 특례제도에 따라 집배원·버스기사·택시기사·전산 개발자·영화 스태프·의료 종사자 등 26개 업종에서 무제한 노동이 가능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사업장의 60%, 노동자의 48%가 노동시간 특례 적용 대상이다.

노동시간 특례업종 노동자의 실제 노동시간은 얼마나 될까. 민주버스협의회가 소속 사업장 44곳을 조사해 지난 7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버스기사의 평균 근무시간은 하루 13시간18분이었다. 1주일에 61시간32분, 한 달 평균 260시간12분을 일한다. 영화제작 노동자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안병호 영화산업노조 위원장은 "카메라를 옮기고, 조명기를 설치하고, 촬영장소를 물색하며, 밤낮없이 운전대를 잡고 있는 영화산업 노동자들은 경우에 따라 주당 90시간을 넘게 잠 못 자고 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실노동 시간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연장·야간근무 등에 따른 추가수당을 고정급으로 처리하는 포괄임금제도 장시간 노동을 조장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비용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로로 인한 질병·사망 빈번, 보상대책도 미흡

과로로 죽거나 질병을 얻은 노동자와 그 가족에게는 가시밭길이 기다린다. 노동부는 지난해 7월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이라는 고시를 발표했다. 2013년 내용과 바뀌지 않았다. 여기에서 노동부는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업무와 발병 관련성이 강하다"고 규정했다. S중공업에서 일하다 질병에 걸린 ㄱ씨는 이 같은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공단이 산재를 불승인한 것이다.

권동희 공인노무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는 "정부는 상당히 보수적이고 비과학적으로 과로 기준을 주당 60시간으로 정했는데 많은 노동자들은 이 기준을 초과해 일을 하고 있다"며 "우리 법·제도는 장시간 노동을 조장하고, 장시간 노동으로 피해를 입어도 제대로 보상조차 해 주지 않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앞으로 장시간 노동을 조장하는 법·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적절한 예방·보상대책 수립을 추진한다. 뜻을 같이하는 의사·변호사들과 함께 10월께 과로사 예방센터를 출범해 과로사·과로자살과 관련한 법률·의학상담을 시작한다. 센터를 통해 과로의 실태를 파악하고 제도개선 여론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공단 지역을 중심으로 장시간노동 근절 캠페인을 펼친다.

이들은 출범 선언문에서 "국회는 노동시간 특례제도와 포괄임금제 같은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악법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대책위에는 민주노총·민변 노동위원회·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 30개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했다.

제정남  jj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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