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경북지역으로 컨테이너를 수송하는 화물노동자 A씨의 순수입은 올해 6월 369만원에서 8월 66만7천원으로 80% 이상 줄었다.<표 참조> 차계부에는 운행 중 식비와 필수 생활비가 포함되지 않아 A씨가 실제 손에 쥔 돈은 이보다 훨씬 적다. A씨의 순수입이 이렇게 급격히 줄어든 것은 물동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물량을 확보하기 어렵다 보니 우선 차 할부금이라도 갚으려고 마구잡이 덤핑 운송을 한다. 화물노동자끼리 덤핑 경쟁이 불붙는 것이다. 그야말로 바닥을 향한 경쟁이다. 물량이 많건 적건 차 할부나 차·화물 보험료, 지입료 같은 고정비용은 그대로다.

◇대형운송사만 배 불리는 구조=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본부장 박원호)가 지난 10일부터 정부의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 폐기를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화물연대는 11일 오전 서울역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정부는 화물연대가 화물노동자의 생계와는 무관한 파업을 벌인다며 비난하고 있다”며 “파업은 현재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있는 화물노동자의 적정 운임을 보장받기 위한 절박한 요구”라고 밝혔다.

노동자운동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화물노동자는 하루가 다르게 가난해지지만, 반대로 대형 운송회사들 배는 한껏 부풀어 오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공개된 항만수출입화물 처리실적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물동량은 2억5천955만9천913톤에서 올해 상반기 2억798만6천511톤으로 20%나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현대글로비스·CJ대한통운·한진 같은 물류대기업의 영업이익은 16~22% 증가했다. 물동량은 현저히 줄었는데 영업이익은 증가한 것이다.

이에 대해 노동자운동연구소는 “물류대기업은 모두 하청 운송업체나 지입차주와 위수탁 계약을 통해 화물을 운송한다”며 “물동량 감소에도 이들 기업이 이익을 늘린 것은 밑에서 실제 일하는 지입차주들이 엄청난 손해를 보고 있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화물연대는 정부가 지난 8월 발표한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이 시행되면 수급조절제가 무력화돼 화물차 공급 과잉으로 경쟁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발전방안에는 1.5톤 미만의 소형화물차에 대해 수급조절제를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소형화물차에 한정하기 때문에 무한 증차 가능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발전방안의 업종개편을 살펴보면 현행 톤수(1톤, 1~5톤, 5톤 이상)를 기준으로 관리하던 업종을 개인과 일반으로 개편하고, 개인만 1.5톤을 기준으로 소형·중대형으로 구분한다. 개인 1.5톤 이상과 일반 업종은 톤급별 구별을 없앤다. 화물연대는 “톤급 구분이 사라지면 화물차 톤급은 상향될 것”이라며 “현재 톤급별로 차량 대수를 제한하는 의미 자체가 사라져 수급조절제는 무력화된다”고 설명했다. 수급조절제가 무력화되면 경쟁 심화로 덤핑물량은 증가하고 화물노동자의 처우는 더욱 열악해질 게 뻔하다.

◇수없이 약속 파기한 정부=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일반 화물노동자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3천684시간이나 된다. 한국 상용노동자의 노동시간(연평균 2천113시간)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근로시간(1천766시간)과 비교하면 화물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은 심각하다. 화물연대는 “기업은 물류비용을 줄이려 하고 화주는 운송사에 최저입찰을 강요하고 운송사는 줄어든 자기 몫을 화물노동자로부터 빼앗는 구조”라며 “다단계·최저가입찰로 운임료가 책정되다 보니 생활임금을 벌기 위해서는 노동시간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봉주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정부가 그동안 화물노동자와 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구조개악안을 들고나오니 노동자들이 분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3년과 2008년·2012년 파업 당시 정부는 표준운임제 도입과 지입제 개선, 운임료 인상을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당시 야간운전을 줄이기 위해 화물차 야간통행료 할인을 하루 종일 할인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이행하지 않았다.

화물연대는 “화주사·주선업체·운송사의 횡포를 제도적으로 막고 화물노동자에게 적정한 운임을 지급하라는 요구”라며 “정부는 화물노동자를 배제한 가짜 발전방안을 폐기하고 화물연대와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