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업 중인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10일 오후 서울 영풍문고 앞에서 열린 성과퇴출제 저지를 위한 3차 총력투쟁대회에서 화물연대 파업을 응원하는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바야흐로 파업 정국이다. 철도·서울대병원은 성과연봉제 강제도입 반대를 내걸고 3주째 전면파업 중이다.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10일 0시를 기해 무기한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건설노조는 18~19일 대규모 상경투쟁을 예고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는 11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파업재개 여부를 결정한다.

사안은 다르지만 사상 유례없는 파업정국의 책임을 정부에 두는 시각이 우세하다. 노동계와 소통하지 않고, 약속했던 제도개혁을 미루면서 노동계의 불만과 불필요한 갈등을 자초했다는 비판이다.

물류 대기업 눈치 보는 정부 노동자에게만 '몽둥이'

화물연대 파업은 2012년 이후 4년 만이다. 화물연대는 정부가 올해 8월 발표한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을 폐기하고 법·제도를 개선할 때까지 전면파업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1.5톤 미만 소형화물차에 대한 진입규제(수급조절제) 유지 △표준운임제 법제화 약속 이행 △대선공약(통행료 전일 할인) 이행 △화물차 차주가 차량을 운송사업자 명의로 등록시키는 지입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 중에서도 소형화물차 수급조절제 폐지와 지입제 유지를 심각한 독소조항으로 보고 있다. 화물차 수급조절제는 2003년 화물연대의 두 차례 파업 이후 12년간 유지된 제도다. 화물운송 차량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운임단가 인하 등 부작용이 발생하자 정부가 화물차량 증차와 신규허가를 조절한 것이다.

노동계는 소형화물차에 대한 수급조절제를 폐지하면 화물차 과잉공급으로 무한경쟁에 빠지게 되고 각종 수수료 갈취와 운송료 덤핑, 과적이 심화해 생존권이 위협당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입제 관련 정부 방안도 화물노동자들의 반발을 키우고 있다. 지입제는 개인 차량을 화물운송회사 명의로 등록해 회사에서 일감을 받는 계약형태다. 업체는 화물운송 면허만 가지고 화물노동자로부터 면허 대여료를 받아 챙긴다. 정부는 지입제에 대해 신규 허가 차량은 직영으로 유도한 뒤 △일방적 계약해지 방지 △운송사 번호판 교체 거부시 처벌강화 조항을 신설해 차주를 보호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지입제를 유지하는 방안이다.

화물연대는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 발표 이후 파업 전날까지 지속적으로 정부의 정책 전환을 촉구하며 대화와 교섭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운송거부시 6개월간 유가보조금 지급 정지 △운송방해시 운전면허 취소 △업무개시명령 불응시 화물운송종사자격 취소 같은 강경책으로 맞서고만 있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화물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경제적 조건 개선이 교통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지입제 폐지나 표준운임제 도입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화물노동자들이 처한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면허판 장사로 이익을 얻고 있는 화물운송회사나 저가 운임으로 이익을 얻은 물류대기업들의 눈치를 보면서 문제 해결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탄압이 아니라 분노한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제도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건설노조 "퇴직공제부금 인상 장담하더니 … 약속부터 지켜라"

건설노조는 18~19일 확대간부 상경투쟁을 벌인다. 건설노동자 1천500여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는 7월 안전한 건설현장과 건설기계 퇴직공제부금 적용, 적정임금·적정임대료 제도 도입, 건설사 직접시공제 도입 등 대정부 요구안을 내걸고 파업을 했다. 하지만 석 달이 지난 지금까지 달라진 건 없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3차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기본계획'을 통해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건설근로자법) 개정을 약속했다. 퇴직공제부금 적용대상을 건설근로자 외 건설기계 1인 사업자까지 확대해 노동자 노후소득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노동부가 올해 8월 입법예고한 개정안에는 레미콘 종사자들만 퇴직공제 당연가입 대상에 포함됐다. 사업주가 건설근로자공제회에 퇴직공제근로내역을 신고할 때 일부러 근무일수를 누락하는 일을 방지하는 퇴직공제부금 전자카드제 도입도 정부안에서 빠져 버렸다.

노조 관계자는 "이기권 노동부 장관이 2014년 남구로역 인력시장을 방문해 건설노동자들의 손을 맞잡으며 퇴직공제부금 인상을 꼭 하겠다고 호언장담한 지 2년이 지났다"며 "정부가 약속한 것조차 지키지 않는 상황이어서 투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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