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열린 조성덕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중형선고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조상수 노조 위원장이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윤자은 기자

“경찰 버스 등 공용물이 무차별적으로 파괴됐고 자칫 대형참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 만큼 폭력성이 심각했다. 시위대는 당일 심야까지 서울시내 중심부를 마비시켰다. 법질서의 근간이 유린되고 무법과 폭력이 지배하는 사태를 일으켰다.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문광섭)는 26일 오전 일반도로교통방해와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조성덕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조성덕 부위원장은 지난해 8월 민주노총 집중행동과 11월 민중총궐기 집회 주도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조 부위원장까지 노조간부 5명이 민중총궐기 집회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시위는 무법 폭력사태, 살수차는 조작 실수?

재판부는 시위대에 적대적인 성향을 드러내 보였다. 재판부는 조 부위원장의 양형이유에 대해 “매우 위험한 물건인 얼린 물병을 경찰들에게 집어던져 상해를 입히고 물병을 맞은 경찰에게 용서를 받지 못했다”며 “서울 중심부를 마비시키고 무법 폭력사태를 일으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결했다.

선제적 차벽설치가 부당하다는 변호인 주장에 대해서도 “포괄적 인과관계를 종합할 때 전체 시위대가 행진으로 도로교통을 방해했기 때문에 시위대의 규모와 이동방향에 상응한 적법한 대처였다”고 판단했다. 민중총궐기에서 경찰은 20만명의 경찰력과 19개의 물대포, 679개의 차량, 580개의 캡사이신 분사 장치를 사용해 대대적으로 진압했는데 재판부는 이를 모두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살수차가 백남기 농민에게 물대포를 조준 분사한 행위는 "실수"라고 했다. 재판부는 “다만 백남기씨에게 중상을 입힌 것은 살수차의 조작상 어려움과 실수에 의한 것”이라며 “일부 실수로 전체 살수차 사용을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말에 방청석은 술렁였다. 백남기 농민은 경찰이 쏜 직사 물대포에 맞아 사경을 헤매고 있다. 이날 현재 256일째 의식불명 상태다.

재판 직후 국제운수노련과 공공운수노조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조 부위원장에 대한 실형 선고는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광범위한 탄압이고, 노동개악을 위해 노조의 정당한 저항을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공안판결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패디 크럼린 국제운수노련 위원장은 “(이번 판결은) 한국 노동운동에 대한 가혹한 보복”이라며 “한국은 집회의 자유와 단체행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노동권이 없는 나라”라고 비판했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 축소 우려

조성덕 부위원장에 대한 중형 선고는 사실상 예견됐다. 앞서 민중총궐기로 기소된 민주노총 간부들에게 모두 징역 1년 이상의 실형이 선고됐기 때문이다. 법원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징역 5년, 배태선 전 민주노총 조직실장에게 징역 3년, 이현대 조직국장에게 징역 1년6개월, 박준선 조직국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사건을 담당한 김영관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재판부가 경찰의 무리한 진압이 원인이었음에도 폭력행위만 부각해 양형이유를 설명했다”며 “한상균 위원장 판결 이후 다른 간부들에 대해 구체적 사실관계가 다른데도 검토 없이 비슷한 판결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부는 집회와 시위의 권리는 제한될 수 있음을 수차례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조세화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재판부는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에 집회 외에 다른 방법을 통해 입장이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는 이유로 사회적 약자의 권리인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적 가치를 외면하고 평가절하하는 판결을 연 이어 내리고 있다”며 집회와 시위의 자유 축소를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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