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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조선산업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노사정이 동의하는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구조조정기구를 도입하자는 제안이 나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민주정책연구원(원장 민병두)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산업구조 개혁을 위한 구조조정의 원칙과 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 연구원은 ‘위기의 한국경제와 구조조정 방안’을 주제로 4차례 연속토론회를 한다. 이날 '구조조정 원칙과 방향'을 시작으로 △구조조정에 따른 책임소재(6월2일) △구조조정을 위한 재원 마련(6월7일) △구조조정기 실업대책과 사회안전망 구축(6월9일)을 살핀다는 계획이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인사말에서 “우리 경제 최대 이슈로 부각한 기업 구조조정에 관한 실효적 대안 마련을 위해 연속토론회를 마련했다”며 “오늘 토론 내용이 정책에 반영되고 한국 경제를 꽃피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기업과 금융당국 책임소재 분명히 해야

주제발표에 나선 이필상 서울대 교수(경제학부)는 지금의 경제위기가 세계 경제침체에도 원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정경유착과 관치금융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대기업 중심 산업구조가 붕괴하는 것은 예견된 것이었다”며 “대기업에 갖가지 특혜를 주고, 대기업은 중소기업 착취 등 이익을 독차지했으며, 정경유착으로 부정·비리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기업 구조조정은 채권단이나 금융당국이 주도하는 방식이 아닌 독립적·전문적인 구조조정기구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조조정을 기업자율이나 채권단·금융당국에 맡기면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고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노사정 등 관계기관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중립적 전문가로 구조조정기구를 꾸려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과 금융당국 부실에 대한 원인과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이 교수는 “대주주는 자본소각·감자·사재출연을 통해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고, 금융당국은 낙하산 인사·부실지원 지시·감독부실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어 “미국 지엠의 경우 고통분담 원칙을 적용해 주권을 완전히 소각하고 경영진을 전원 해고했다”고 소개했다.

대기업 개혁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로 지목했다. 이 교수는 “현재와 같이 대기업이 산업발전을 주도하는 구조하에서는 성장동력 창출이 어렵고 고용창출 능력도 떨어진다”고 밝혔다. 더불어 그는 “기업 구조조정의 전제조건은 실업과 경기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재정사업 확대와 △지역경제 활성화 △경기부양 △사회안전망 구축 △일자리 나누기를 대책으로 제시했다.

정부 추진 기업 구조조정 방향 의문

하준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또 다른 주제발표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구조조정 방향에 의문을 나타냈다. 하 부연구위원은 “각 조선사의 정확한 부실규모와 발생원인, 원·하청 간 거래액, 금융기관별 부채총액, 인원현황과 인건비 비중 등 현황파악이 우선돼야 한다”며 “기본 견적도 없는 상태에서 자금지원·인력삭감 방침이 어떻게 나올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불안과 실업대책·사회안전망에 대한 대안도 확보되지 못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주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 부연구위원은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제대로 진실규명과 대책수립을 하는 것이 가능하겠냐”며 “국회가 주도하고 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부족하고 미비한 부분이 있더라도 기존 법·제도를 활용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엄정한 책임 추궁을 통해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이 정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윤석현 전 숭실대 교수·이상빈 한양대 교수·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조영철 고려대 초빙교수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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