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원에서 '노조 설립 무효' 판결을 받은 유성기업노조 간부들이 세 번째 노조를 설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성기업과 창조컨설팅이 공모해 가동했던 노조파괴 시나리오에서 도구로 쓰였던 기업노조가 법원 판결 뒤 노조를 유지하려 가면을 바꿔 썼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 기업노조 위원장과 사무국장이 제3노조에서도 같은 직책을 맡고 있다.

20일 민주노총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유성기업 제3노조인 유성기업새노조가 지난 19일 노조 설립신고서를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천안지청에 제출했다. 새노조는 같은날 오전 설립총회를 열고 유성기업노조 위원장이었던 안두헌씨를 신임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새노조가 설립된 것은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이 "자주성과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유성기업노조 설립은 무효"라고 판결한 뒤 나흘 만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제3노조 설립은 기업노조가 어용이라는 법원 판결을 자기들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며 "항소를 해도 승산이 없고, 가만히 있으면 기업노조가 와해될 것으로 판단해 제3노조를 설립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제3노조 설립으로 한 노동자의 죽음을 불렀던 유성기업 사태가 이전보다 복잡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천안지청 관계자는 "새노조 설립신고서를 검토해 큰 하자가 없으면 허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설립이 허가되면 유성기업 아산공장에는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와 유성기업노조·유성기업새노조가 존재하게 된다.

현재 유성기업은 아산지회·기업노조와 올해 임금·단체협약을 개별교섭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지회는 법원 판결에 따라 유일 노조 지위를 갖게 됐다고 보고 정식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김상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새날)는 "새노조는 올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끝난 뒤 만들어졌기 때문에 새로운 단협을 논의하는 2018년에야 단체교섭권이 생긴다"며 "유성기업이 새노조를 통해 민주노조를 고사시키려 할 경우 법률적으로 제동을 걸 것"이라고 말했다.

지회는 유성기업이 새노조와 단체교섭을 시작할 경우 교섭절차를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할 계획이다. 사측과 새노조가 전격적으로 임단협을 체결하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할 방침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