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조컨설팅이 작성해 유성기업을 거쳐 현대차로 전달된 부품사 경영진 간담회 자료. 한광호범시민대책위

현대자동차가 유성기업뿐만 아니라 여러 부품사들의 노사관계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 현대차가 부품사 경영진들과 가진 회의에서 노사관계 대책 수립을 모색했고, 이 과정에 노조파괴 자문으로 유명한 창조컨설팅이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11일 '노조파괴 범죄자 유성기업·현대차자본 처벌 한광호 열사 투쟁승리 범시민대책위'에 따르면 유성기업과 현대차는 지난 2011년 12월께 현대차 부품사 노사관계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부품사 경영진 간담회 개최를 준비했다.

창조컨설팅 작성 문건 유성기업 거쳐 현대차로

간담회 준비 과정에는 창조컨설팅이 참여했다. 같은해 12월11일 당시 창조컨설팅 소속 이아무개 노무사는 최아무개 유성기업 전무와 유시영 대표이사 등 기업 관계자들에게 "현대차 제출용 대회사" 문서를 이메일에 첨부해 보냈다. 최 전무는 창조컨설팅으로부터 받은 대회사를 다음날인 12일 현대차 엔진부품개발팀 권아무개 대리에게 이메일로 다시 전달했다.

창조컨설팅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대회사에는 부품사들의 노사관계 안정화를 위한 대책 수립을 제안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회사에는 같은해 부품사 노사관계에 대해 "발레오전장(옛 발레오만도)·대림자동차·상신브레이크의 노사관계 안정화가 협력사 전체의 노사관계 안정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돼 있다. 하지만 2012년 노사관계를 전망하면서는 "현대차에서도 온건·합리주의 성향인 이경훈 지부장이 낙선되고 강경파가 당선됐으며 만도기계(김창한)·보쉬전장(정근원)도 강경파 후보가 당선됐다"며 "이 자리에서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고 지혜를 모으고 뜻을 합친다면 노사관계 불안 요소들을 해소해 노사관계 안정화를 지속시킬 수 있는 묘책을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내다봤다.

문건 작성 전후 현대차 부품사 노조 '도미노' 와해

이 같은 문건이 창조컨설팅-유성기업-현대차로 전달된 이후 실제 부품사 간담회가 개최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대회사가 작성된 시기를 전후로 현대차 부품사 노사관계는 일대 변화가 일어났다. 대회사에서 노사관계가 안정화됐다고 평가돼 있는 발레오만도·상신브레이크는 각각 2010년 2월과 8월 직장폐쇄를 단행한 뒤 노조가 조직형태를 기업노조로 전환하거나 금속노조에서 탈퇴하는 사건이 일어난 사업장이다. 그 밖에도 보쉬전장은 2012년 기업노조를 설립하고 노조 지회장을 해고하는 등의 방법이 동원돼 민주노조가 와해됐다. 콘티넨탈도 지회 파업을 이유로 노조간부를 해고하고 조합원·비조합원 간 임금차별 방식으로 지회를 무력화시켰다.

2010~2012년 사이 유성기업·발레오만도·상신브레이크·만도·보쉬전장·콘티넨탈 등 현대차 부품사에서는 기업노조로 조직 전환→복수노조 설립 같은 방식의 노조 와해 사태가 동시에 벌어졌다. 이로 인해 이들 부품사에서 4천500여명에 이르던 금속노조 조합원은 2013년 이후 600여명 수준으로 급락했다. 범시민대책위 관계자는 "부품사의 민주노조 파괴가 같은 시기에 너무나 순식간에 벌어져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며 "현대차의 조직적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부품 불량문제 개선 등을 이유로 협력사들과 면담은 갖지만 불법인 것이 엄연한 협력사 노사관계 개입은 하지 않는다"며 "확인 결과 의혹을 제기한 부품사 경영진 대회도 실제 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금속노조 등 한광호열사투쟁대책위원회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메탄올에 노출된 상황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며 12일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