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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침 내렸나?] 국립대병원들 기다렸다는 듯 임금피크제 '날치기'14곳 중 8곳 동의절차 생략 … 이사회 서면동의로 끝내기도

국립대병원들이 노동자 동의절차 없이 일제히 임금피크제 도입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절차 없이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다는 내용의 정부 취업규칙 지침이 마련되기도 전에 공공부문이 쑥대밭이 되고 있다.

3일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최근 며칠 사이 14개 국립대병원 중 8곳이 노사합의나 동의서명 없이 이사회에서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전남대병원 등 6곳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일에 걸쳐 서면이사회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추진했다. 세 곳은 이사회를 통과했고, 두 곳은 안건을 처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이사회를 개최한 게 아니라 서면으로 의결안건에 대한 의견을 받는 형식으로 회의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서면이사회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려던 충남대병원은 노조 반발로 직원 찬반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은 직원 찬반투표에서 임금피크제가 부결되자 이사회에서 다시 의결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과반수노조와 교섭 없이 긴급처리 … 교육부 외압 있었나

서면이사회를 연 전남대병원을 비롯한 5곳은 과반수 직원이 가입한 과반수노조가 있는데도 노조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변경했다. 직원 동의서명도 받지 않았다.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면 이들 병원의 정년은 만 60세로 지금보다 1년 더 늘어나고, 같은 기간 임금은 28~35% 깎인다.

하지만 부산대병원과 충남대병원은 정년이 이미 만 60세다. 전북대병원의 경우 인사위원회 승인을 거쳐 정년(만 59세)을 1년 연장해 주고 있어 사실상 정년연장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 근로기준법 제94조에서 정한 취업규칙 변경 절차를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조는 "교육부가 이달 2일까지 서면이사회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결정한 후 결과를 보고하라는 비공식적 지침을 내렸다는 이야기가 지난달 28일부터 떠돌기 시작했다"며 교육부의 외압 의혹을 제기했다.

정부는 애초 임금피크제 도입 완료시점을 10월 말로 정했다. 그러나 상시적인 인력부족을 겪는 병원에서 임금피크제 도입 효과가 없다는 의문이 제기됐다. 지난달 24일까지도 임금피크제 도입을 확정한 병원이 두 곳에 그친 이유다.

그런 가운데 지난달 28일께부터 분위기가 급변했다. 병원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일제히 이사회를 강행한 것이다. 이봉영 전북대병원지부장은 "병원측은 그동안 임금피크제와 관련해 단 한 번도 직원설명회나 공식적인 노사교섭을 한 적이 없다"며 "그러다 주말인 10월31일 몰래 서면이사회를 했고, 결과마저 공식 통보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 지부장은 "해명을 요구했더니 병원측이 '교육부 지시상 어쩔 수 없었고 다른 국립대병원들도 이렇게 하고 있다'고 했다"며 "그동안 병원측도 임금피크제 도입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만큼 정부 압박이 있었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노조 이사회 의결 무효확인 소송, 지부들은 농성 돌입

노조는 서면이사회 의결에 대한 무효확인 소송과 임금피크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병원 경영진을 고용노동부에 고소할 계획이다. 노조는 노동부에 "병원들이 앞으로 제출할 취업규칙 개정안은 절차를 위반한 위법한 취업규칙인 만큼 반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세종청사 앞 농성이나 국립대병원 공동파업까지 추진할 방침이다.

국립대병원지부들은 이날 각 병원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나영명 노조 정책실장은 "정부가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도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니까 법적 요건과 민주적 절차를 모두 위반하면서 국립대병원에 임금피크제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육부 대학정책과 관계자는 외압 의혹에 대해 "10월 말까지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기본방침 외에 다른 지침은 없었다"며 "기한 내에 직원 동의를 받든 이사회를 열든 방식은 병원이 선택하는 것이지 교육부가 관여할 사항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편 공공운수노조는 서울대병원을 규탄하는 집회를 4일 연다. 노조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정부 부처가 앞장서서 공공기관 취업규칙을 불법적으로 변경하려는 신호탄"이라고 우려했다.

윤성희  miyu@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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