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이사회가 전체 직원 과반의 동의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을 결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전체 직원 대상 투표가 부결됐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취업규칙 변경을 강행해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이날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임금피크제 도입을 명시한 취업규칙 변경을 의결했다.

서울대병원은 현행 58세인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면서 59세에 임금의 20%, 60세에 30%를 감액한다는 계획이다. 노조와 병원은 이런 내용의 임금피크제 도입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는 지 여부를 두고 의견을 달리 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측은 정년이 연장된 이후 임금을 낮추는 것이어서 임금피크제 도입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는 임금피크제 실시기간 중 급여수준 저하가 발생해 불이익 변경이 분명하다는 입장이다. 분회 관계자는 "불이익 변경이 아니라면 병원이 전 직원을 대상으로 투표까지 강행했겠느냐"며 "부결이 되자 임금피크제는 불이익 변경이 아니라는 궁색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집단 동의 없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 가능해지면 사용자는 다수노조가 없거나 노조가 없는 사업장 노동조건을 일방적으로 후퇴시킬 수 있게 된다"며 "서울대병원 이사회의 결정을 정부와 사용자의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강력한 투쟁으로 응징해 무력화 시키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대병원은 지난 20일부터 27일까지 임금피크제 도입 찬반을 묻는 투표를 실시했다. 온라인과 현장 투표가 병행돼 이뤄졌다. 전체 직원 6천45명 가운데 3천177명이 참여해 52.56%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투표자중 임금피크제를 찬성한 이는 1천728명에 그쳤다. 전체 직원의 28.59%만 찬성한 셈이다.

근기법은 취업규칙을 작성·변경할 때 노동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가 있으면 노조, 과반수노조가 없으면 노동자 과반의 의견을 듣도록 정하고 있다. 불이익변경을 할 경우에는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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