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분쟁 위원회(TF)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과거 재판에서 론스타쪽 증인으로 나와 진술한 전력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론스타분쟁 TF는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소송(론스타 ISD) 대응 총괄 사령탑이다. 소송가액만 5조원이 넘어 세기의 재판으로 여겨지는 론스타 ISD에 대해 정부가 철저히 비밀주의로 일관하고 있는 원인이 여기에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 론스타측 전문가 증인=국회 정무위원회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6일 "지난 2011년 론스타와 올림푸스캐피탈 사이에 벌어진 국제 중재재판에서 당시 금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이었던 정찬우 부위원장이 론스타측 증인으로 참석해 론스타를 적극 변호했다"고 밝혔다.

론스타는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외환카드를 합병하면서 매각대금을 줄이기 위해 외환카드 허위감자설을 유포해 주가를 고의로 조작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당시 외환카드 2대 주주였던 올림푸스캐피탈은 론스타의 불법행위로 피해를 받았다며 2008년 싱가포르 국제중재재판소에 소를 제기해 승소했다. 정찬우 부위원장은 바로 이 재판에서 론스타측 전문가 증인으로 참여하고 두 차례 전문가 보고서까지 제출했다.

이 같은 사실은 싱가포르 국제중재재판소 최종 판결문에 담겨있다. 김 의원측이 최근 제보를 통해 입수한 판결문을 보면 피고(론스타)측 전문가 증인으로 나온 정 부위원장은 "대한민국 신용카드 매출채권의 질은 2002년 급속히 악화되기 시작해 2003년 말까지 심각하게 손상됐다"며 "대한민국 신용카드 회사는 파산했다"고 진술했다. 정 부위원장은 또 보고서를 통해 "한국 신용카드회사는 2003년 부실자산 때문에 일시적 유동성 문제가 아닌 지불능력 문제에 직면했다"며 "지불능력 문제는 증자와 부실자산 대손상각을 통해 장기적으로 해결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 재판과정에서 론스타는 대한민국 신용카드업계 현실상 외환카드는 파산할 수밖에 없고, 올림푸스는 외환카드 실거래가(주당 4천280원)보다 17% 프리미엄이 붙은 주당 5천30원을 받았기 때문에 손해를 본 게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 부위원장의 진술과 보고서가 사용된 것이다.

김기준 의원은 "이 때 재판의 증인으로 참석해 론스타의 역성을 들었던 사람이 지금 론스타와 벌이는 5조원짜리 ISD 소송에서 우리 정부를 대표하고 있다는 건 모순"이라며 "국제적으로도 망신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공동대표는 "론스타를 위해 보고서까지 제출했다면 용역비는 물론 증인출석차 싱가포르에 간 비행기, 숙박비도 론스타로부터 제공받았을 것"이라며 "이런 인물이 ISD 소송건을 맡는다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론스타분쟁 TF 6명 중 절반이 론스타 관련자"=론스타분쟁 TF 구성원들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TF위원장인 추경호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은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 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 은행제도과장으로 매각 실무를 담당했다. 2012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지주에 팔고 떠날 때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었다.

또다른 TF위원인 주형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2003년 7월 조선호텔에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결정했던 '10인 비밀회의' 참석자 중 한 명이다.

김기준 의원은 "론스타와 싸울 장수 6명 중 3명이 론스타와 깊은 관련이 있는 인물들"이라며 "정부가 ISD 소송 진행상황을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와 관련돼 있는 게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 부위원장은 "론스타를 비호한 게 아니라 당시 카드업계 상황에 대해 설명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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