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필요한 정보를 타인에 의해 방해받지 않고 자유로이 입수할 수 있는 권리를 '국민 알권리'라고 한다. 헌법에 명시된 권리다. 헌법은 제21조(언론·출판의 자유 보장)와 제10조(행복 추구의 권리)에서 그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 알권리는 땅바닥에 내팽개쳐진 지 오래다. 국제통상 분야에서 특히 심하다. 론스타와 한국 정부 간 투자자-국가소송(론스타 ISD)이 대표적인 예다.

론스타 ISD가 제기된 것은 2012년 12월이다. 그동안 한국 정부와 론스타 간 두 번의 서면공방이 있었지만 그 내용이 공개된 적은 없다. 지난 5월 미국 워싱턴DC 국제투자분쟁중재센터(ICSID)에서 1차 심리가 열렸고 이달 7일 같은 장소에서 2차 심리가 종료됐다.

그런데 국민은 어떤 정보도 듣지 못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1·2차 심리 참관을 요청했지만 한국 정부는 매몰차게 거절했다. 김제남 정의당 의원도 2차 심리 참관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론스타가 청구한 46억7천900만달러(5조1천억원)의 출처도 모른다. 사실 5조1천억원은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민변의 정보공개 요구로 간신히 알아낸 수치다. 정부는 산출근거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그러자 민변은 지난달 29일 5조1천억원의 산출근거를 밝히라는 정보공개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한국 정부가 론스타 ISD에서 지면 국민 1인당 10만원씩 내야 한다.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가야 할 돈인데, 정부는 비밀주의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사례는 또 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정부의 태도다. 미국은 지난달 TPP 협상을 지원하는 내용의 TPA(신속무역체결권)와 TAA(무역조정지원제도)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미국은 이달 말까지 TPP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로드맵까지 내놨다. 실제 9일 미국과 일본 사이에 TPP 실무협의가 재개됐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4월 TPP 1단계 협상이 타결된 뒤 가입을 요청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TPP가 우리 눈앞에 다가와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국민은 TPP에 관해 아는 게 없다. 관세 철폐와 쌀시장·쇠고기수입 전면개방을 초래하고 더욱 강력한 ISD가 담겨 있는데도 말이다. 국내 제조업에 어떤 타격을 주는지 아무도 모른다. 국회조차 TPP 가입 추진과 관련해 정부로부터 보고받은 게 없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벌써 잊은 것일까. 메르스 사태는 정보를 숨기려고 할수록 위기감이 커진다는 명제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정부는 론스타 ISD·TPP 가입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라. 민주공화국인 대학민국은 국민 알권리를 존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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