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LG와 삼성이 임금인상을 동결 또는 최소화하되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최근 제조업체에서 이런 추세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통상임금 범위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별도 노사 협의기구를 만들어 논의하거나 소송 결과에 따르기로 한 사례도 있다.

임금인상 최소화하되 상여금 통상임금화

30일 금속노련(위원장 김만재)에 따르면 올해 임금인상은 최소화하되 정기상여금과 제 수당을 통상임금 범위에 포함시키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 동합금을 생산하는 A사는 5월 정기상여금 600% 가운데 300%를 4월부터 소급해 통상임금에 산입하기로 합의했다. 나머지 300%는 근로시간단축 관련 법 시행시 임금보전을 감안해 2016년부터 통상임금화하기로 했다. 이어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산입을 감안해 올해 본봉은 동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가스조리기구 제조업체 B사는 기본급을 1.69% 인상하되 정기상여금과 제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한다는 데 합의했다. 반장수당·명예수당을 기본급화하고, 위험수당·계절수당·자격수당은 통상수당으로 변경한 것이다. 연간 650%의 정기상여금은 폐지하고 기본급화 하되, 상여 평균잔업 25시간분의 금액을 기본급에 포함하기로 했다.

통상임금 빼고 임단협 타결 사업장도

전체 직원이 1만2천명이 넘는 반도체 제조업체 C사 노사는 지난 27일 통상임금 범위를 제외한 채 임단협을 타결했다. 기본급 7.5% 인상에 합의한 C사 노사는 800%의 정기상여금과 복지포인트 100만점·일부 고정적 수당의 통상임금화를 놓고 협상을 벌였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C사 노조위원장은 "정기상여금의 경우 휴직자와 신규입사자 모두 일할지급 규정을 두고 있는데 퇴직자는 일할지급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회사가 통상임금 범위를 축소하려고 해서 임단협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C사 노조는 소송을 통해 통상임금 범위 문제를 매듭지을 방침이다.

최근 그룹 차원의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D전자는 지난 19일 임단협을 타결했는데, 올해 임금은 동결하되 통상임금 범위는 노사 협의기구를 만들어 7월1일부터 논의하기로 했다. D전자 노조위원장은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 일단 통상임금 범위를 제외한 나머지 쟁점만 타결했다"며 "노조는 연간 700%의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화를 요구하는 데 반해 회사측은 재정 사정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맹 관계자는 "올해 임단협의 핵심쟁점인 통상임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며 "정부와 사법부는 비정상적인 통상임금을 정상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만재 위원장은 "기업의 재정부담을 이유로 또다시 통상임금을 왜곡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굴하지 않고 통상임금 정상화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통상임금에 발목 잡힌 임단협, 예년보다 '느릿'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임금교섭 타결률은 10.7%다. 98년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최저치다. 임단협을 타결한 사업장보다 그렇지 못한 사업장이 훨씬 많다는 얘기다. 통상임금 범위가 쟁점이 되면서 임금교섭 속도도 느려지고 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그동안 통상임금 문제가 노사 간 쟁점이 됐거나, 일할지급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근로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아 사용자에 부담이 적은 사업장 위주로 임단협이 타결되고 있다"며 "각 기업마다 통상임금 해결방식에 차이가 있어 해법을 유형화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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