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2010년 워크아웃에 돌입하고 지난해에도 적자를 기록한 아시아나항공과 관련해 "통상임금 소송이 신의칙 위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놨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할 경우 연간 93억원의 추가 지출이 예상되는데 연간 인건비의 1.3%에 수준이어서 회사의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제41민사부(재판장 정창근 판사)는 권아무개씨 등 아시아나항공 직원 27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소송에서 지난달 29일 이같이 판결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연 800%의 정기상여금을 짝수달과 설·추석·7월(여름휴가)에 나눠 지급하고 있다. 노사가 맺은 단체협약에는 통상임금 범위를 기본급과 자격수당·청조보안수당·항공기술수당·교통보조비·근속수당·직무수당으로 한정하고 있다.

노조는 정기상여금과 함께 어학성적 등급에 따라 지급하는 '캐빈어학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2012년 6월부터 미지급한 임금을 달라고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만 캐빈어학수당은 시험성적에 따라 달라져 고정적 임금이 아니다"고 판시했다.

주목할 점은 법원이 "신의칙 위배"라는 사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2008년과 2009년 연속적자를 겪고 2010년에는 워크아웃(재무구조개선 이행)에 돌입한 상태다. 지난해에도 적자를 기록했다.

재판부는 "어느 정도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봤다. 하지만 △2010~2012년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고 △회사의 자본금이 8천억원이 넘는 규모라는 점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면 연 93억원 추가 지출이 예상되는데 전체 인건비(6천817억원)의 1.3%에 불과한 점 △통상임금 인상률 최대 48.6%, 실질임금 인상률 30.6%라는 회사의 주장에 증거가 부족한 점을 근거로 "신의칙 위배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광주지법 순천지원에서 (주)누벨의 재무제표와 추가임금 청구금액만을 단순하게 놓고 비교해 신의칙 위배 여부를 판단한 것과 비교된다.

김건우 변호사(우리로법률사무소)는 "법원에서 회사의 재무상태뿐만 아니라 매출액·자본금을 비롯한 전반적인 경영상태를 폭넓게 살펴보고 회사존립과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 여부를 판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 변호사는 "대법원에서 신의칙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앞으로 2~3년은 하급심에서 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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