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주
공인노무사
(금속노조 법률원 경남사무소)

노동자 한 분이 통상임금 문제로 상담을 왔다. 주야 맞교대 사업장인데 매달 주던 상여금을 2개월에 한 번씩, 그것도 1개월 이상 근무할 경우 재직자에 한해서 지급한다는 것으로 변경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상여금 지급방식을 바꿔 통상임금에 해당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주야 맞교대 사업장인 만큼 야간근로수당·연장·휴일근로수당이 많이 발생했다. 연 200% 상여금을 월별로 나눠 수당처럼 지급하면서 별도의 임금인상 없이 법정 최저임금을 맞추려는 의도도 깔려 있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보수언론에서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앞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는 보도를 쏟아냈다. 노동자들이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고, 법원이 노동자 손을 들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

그러나 상담사례처럼 사용자들이 통상임금 판결을 교묘히 피해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기 때문에 임금차이는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의 임금차이는 그 이전에도 있었고, 비정규직에 대한 사용자의 임금삭감이나 불이익 행위 등은 통상임금 판결 전에도 있었다. 통상임금 소송 탓에 노조 없는 노동자들과 비정규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이 악화되는 것이 아니다.

2004년 주 40시간제가 시행되면서 시급·일급제 노동자들,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사실상 월급이 삭감되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그렇다면 주 40시간제 시행이 문제인가. 아니다. 시급·일급제 노동자들의 토요일 무급을 당연시한 채, 또는 고려 없이 법·제도를 개정한 것이 문제가 아닌가. 더 본질적으로 지나치게 저임금이라는 점이 문제다. 노조 없는 사업장이라고 해서 전부 토요무급을 시행한 것도 아니었다. 4시간 유급을 포함해 다양한 방법으로 시행해 나갔고, 주 40시간제는 점차 정착돼 왔다.

2007년 7월1일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이 시행되면서 근로계약기간이 2년 초과되면 무기계약으로 전환하도록 했다. 그런데 2009년 7월이 다가오자 정부·경영계는 100만 대량 해고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기면서 기간제 계약기간을 4년으로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치 비정규 노동자를 위하는 자들처럼 기간제법을 개악하려 했다.

사용자가 상시적인 일자리·업무조차도 기간제 노동자로 고용해 무조건 임금 줄이고 해고를 쉽게 하려는 잘못된 고용관행이 더 문제가 아닌가. 기간제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논리는 심각한 본말 전도였던 것이다. 2년이 지난 기간제 노동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기업도 많았다.

정부·경영계·보수언론은 늘 본질은 보지 않고 원인을 외면한다. 현상이나 결과만 가지고 문제인 양 호들갑을 떤다. 상담사례처럼 통상임금 판결을 악용하는 사용자들이 있다. 하지만 통상임금 소송은 한편에서는 노동자들의 노조설립이나 가입의 계기가 되고 있다. 노동법이나 노동권을 잘 모르던 노동자들에게도 통상임금이 무엇인지 관심을 가지는 계기로도 작용했다. 상여금 지급방식을 변경하거나 근로조건을 저하하는 사용자들의 행위는 불법·편법이다.

민주노총이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도 적극적으로 지도·감시·처벌을 해야 한다.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판결은 장기적으로 보면 임금구조를 바꾸게 되고 장시간 노동을 개선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실질임금 상승도 기대된다. 노조 없는 많은 노동자들이 임금과 노동조건을 지키고, 권리를 찾는 데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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