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19일 서울 서초동 서초사옥 앞에서 무기한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한 조합원이 고 염호석씨의 영정을 들고 있다. 정기훈 기자
염호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분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 이어 경찰이 고인의 시신을 강제로 이동시키는 초유의 일이 발생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19일부터 전면파업을 시작했다. 지회는 이날 오전 9시부로 쟁의권을 확보한 조합원 1천100여명이 전면파업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파업에 참여한 지회 조합원 1천여명은 이날 상경해 오후부터 서울 서초동 삼성 본관 앞에서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지회가 파업 결의대회 도중 본관 정문 진입을 시도하면서 경찰과 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5명의 조합원이 연행됐다.

특히 18일 밤 강남경찰서가 고인 부친의 요청으로 300여명의 경력을 투입해 고인의 시신을 강제로 빼낸 것과 관련해 노동계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금속노조는 “고인의 부친이 경찰에 시신인도 요청을 했다 하더라도 300여명의 경찰이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들어온다는 것은 통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경찰이 삼성과 연계해 계획적으로 시신을 침탈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삼성전자서비스 염호석 열사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총력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바다에 수백의 어린 생명을 수장시킨 나라가 반성은커녕 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을 탈취하는 만행까지 저질렀다”며 “믿을 수 없는 참담한 사건”이라고 비난했다.

그런 가운데 지회의 파업에 한국경총이 “노조가 고인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반박하고 나서면서 노동계와 재계 간 논쟁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경총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고인의 자살은 장기간 파업으로 인한 수입감소와 각종 채무 등 생활고에 따른 정신적 스트레스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추정된다”며 “그간 경총과 진행한 단체교섭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노조가 이번 사건을 단체교섭에서 요구사항을 관철하고 삼성 조직화 투쟁을 강화하기 위한 정치적 명분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명분 없는 투쟁을 중단하고 교섭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18일 밤 경찰이 서울의료원 강남분원에서 강제로 빼낸 고인의 시신을 부산의 한 장례식장으로 옮긴 유족은 21일께 장례식을 치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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