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삼성에 납품하는 반도체 부품회사 하청업체가 파견직과 계약직을 대량 해고하면서 가위바위보로 해고 대상자를 뽑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5일 금속노조 안산시흥일반분회에 따르면 영풍 계열사 인터플렉스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파견노동자들을 무더기 해고했다. 해고통보는 근로계약기간이 남은 파견노동자나 정규직 전환을 코앞에 둔 계약직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이뤄졌다. 분회는 3개월 동안 파견직만 300명 이상이 해고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동료 가위바위보 져서 해고"=지난해 9월26일 3개월 계약 파견직으로 입사한 김아무개(26)씨는 석 달을 채우지 못하고 그해 12월6일자로 해고됐다. 김씨는 "회사 사정이 어렵다며 11월 말부터 파견직에 해고통보를 하더니 12월에는 대부분 잘렸다"고 말했다.

인터플렉스는 특히 일부 라인의 경우 가위바위보로 해고대상자를 선정했다. 김씨는 "동도금 공정 C조에서 근무했는데 같은 공정 A조에서 15명의 파견직끼리 가위바위보를 해서 해고될 사람을 뽑았다"며 "그때 친한 형이 단지 가위바위보에 졌다는 이유로 해고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대량해고는 올해까지 이어졌다. 지난해 8월19일 파견직으로 입사한 유아무개(25)씨는 "6개월만 일하면 하청업체 직접고용 계약직으로 전환시켜 준다는 말에 열심히 일했는데 올해 2월11일 갑작스레 해고됐다"고 항변했다. 유씨는 "12월부터 일감이 급격하게 줄면서 공장 안에 인터플렉스가 망한다는 말이 돌았다"며 "1월에 1~3공장이 모두 폐쇄되고 신축한 스마트센터로 생산시설이 이전되는 과정에서 얼마 남아 있지 않던 파견직과 계약직까지 줄줄이 해고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해고 당일 하청업체 소속 직장(관리자)으로부터 '오늘까지만 일하고 가라'는 말을 듣고 바로 잘렸다"며 "나를 채용한 파견회사로부터는 지금껏 아무런 연락이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해 하반기 매출 급감=인터플렉스 인사팀 관계자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공장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기간이 만료된 파견직들이 계약종료된 사례가 있었다"면서도 "그 규모나 과정은 하청업체에서 담당했기 때문에 전혀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인터플렉스의 주요 생산품목인 연성회로기판(FPCB)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삼성전자 갤럭시노트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부품이다. 그럼 만큼 인터플렉스는 애플과 삼성전자에 동시에 납품하는 흔치 않은 중소기업이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연 매출 1조원 클럽 가입이 유력시됐다.

그런 가운데 하반기 들어 애플과 삼성전자의 실적부진 영향으로 매출이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3분기에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천670억원과 28억원에 머물러 주식시장에 어닝쇼크를 주기도 했다.

◇파견회사가 책임질 문제?=인터플렉스는 다른 영풍그룹 반도체 관련 계열사와 마찬가지로 경기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전 공장을 사내하도급(소사장제)으로 운영하고 있다. 사내하도급 업체들은 민감한 전자부품 시장에 대처하기 위해 파견직을 선호한다. 매출이 감소하거나 가동률이 줄면 언제든지 노동자를 해고하기 위해서다.

결국 파견노동자들은 원청업체에서 일하지만 사용사업주 책임은 1차적으로 사내하청업체가 지고, 임금은 파견사업주가 주는 기형적인 고용형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원청 입장에서는 위장도급이 문제가 되더라도 사용사업주 책임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면 노동관계법상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인터플렉스를 관할하는 고용노동부 안산고용노동지청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안산지청 관계자는 "전자부품업체는 겨울이 비수기여서 인터플렉스뿐만 아니라 대부분 IT업체에서 파견직 사용을 줄인다"며 "경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가위바위보로 해고 대상자를 선정한 것에 대해 이 관계자는 "파견직을 고용한 파견회사가 책임질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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