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들이 잇따라 폐업을 선언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노조를 압박하기 위한 폐업이나 도급계약 해지가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삼성전자서비스는 고객불편이 예상되는데도 새로운 업체를 구하지 않고 있다. 노조를 겨냥한 폐업이라는 의혹이 불거지는 대목이다.

2일 삼성전자서비스와 금속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27~28일 부산 해운대센터와 충남 아산센터, 경기도 이천센터를 운영하는 협력업체가 폐업방침을 밝혔다. 해운대센터는 이달 8일부로, 아산·이천센터는 31일부로 문을 닫는다.

3개 업체 사장 모두 “경영악화와 건강악화”를 폐업이유로 들었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위장폐업”이라고 반발했다.

◇위장폐업 맞나=3개 업체 상황을 보면 석연찮은 점이 적지 않다. 가장 먼저 폐업을 선언한 해운대센터의 경우 지난해 8월 관할 서비스구역 중 41%가 본사 직영으로 넘어갔다. 센터의 수입은 떨어지면서 적자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해운대센터분회 조합원들은 “본사의 지역 쪼개기 때문에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것인데 지금에 와서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폐업을 한다”며 “노조탄압을 위한 의도”라고 주장했다.

특히 해운대센터와 아산센터는 지회 부지회장을 배출하고 90% 가까이가 노조에 가입하는 등 노조활동이 활발했던 곳이다. 이천센터의 경우 센터장을 맡고 있는 협력업체 사장이 폐업을 선언한 뒤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어 위장폐업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지회가 공개한 녹음파일에 따르면 김아무개 이천센터 사장은 지난달 28일 오전 전 직원이 모인 조회자리에서 “다음달 말일부로 본사와의 계약을 끝내려 한다”며 “이의가 있으면 말하라”고 밝혔다. 지회 조합원이 “폐업하지 말라면 안 하겠다는 뜻이냐”고 묻자, 김 사장은 “고려해 볼 수도 있다”고 답했다. 지회는 “스스로 폐업방침을 밝혀 놓고서 직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다”고 반발했다. 지회에 따르면 이 회사 사장은 비조합원들에게 “2~3개월만 기다리면 다시 회사를 열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불안 고조=협력업체 폐업에 따라 예상되는 고객불편에 대처해야 하는 삼성전자서비스는 기존 직원들의 고용승계를 아예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지난달 28일 해운대센터를 맡을 협력업체를 구하기 위해 입찰공고를 냈다. 수리기사 50명을 보유하고 전자수리업 10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업체를 자격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런데 이 같은 자격을 지닌 업체는 거의 없다는 것이 지회의 설명이다. 업체가 바뀌어도 대부분의 수리기사들을 고용승계한 기존 관행과 비교해도 이례적이다.

삼성전자서비스 관계자도 “센터를 운영하려면 15년 정도의 경력과 자본이 필요한데 그런 업체는 많지 않다”며 “희망하는 업체가 있어도 노조원들을 고용승계하려 하겠냐”고 반문했다. 폐업을 결정한 해운대센터의 유아무개 사장은 “문을 다시 열지 않기로 본사측과 얘기가 됐다”며 “직원들이 원하면 다른 업체에 일자리를 추천해 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도미노 폐업’ 이어지나=삼성전자서비스의 모든 협력업체들은 이달 말일부로 계약이 끝난다. 계약갱신 여부가 거의 정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활동이 활발한 센터를 중심으로 계약이 해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해운대센터 등이 폐업을 선언했지만 스스로 재계약을 포기하는 형태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삼성전자서비스 관계자 역시 "노조의 무리한 요구와 활동 때문에 업체 사장들이 경영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에 집중됐던 지회의 쟁의행위가 이달에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협력업체 계약과 고용문제를 놓고 노사갈등이 고조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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