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훈 기자

완성차업계에서 미래를 내다보는 신차투입 계획이나 투자와 같은 장기 발전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공장을 단순조립이나 부분변경만 하는 중저가 중·소형차 중심 생산기지로 전락시킨다. 한술 더 떠 갑의 위치를 이용해 본사 부품을 한국공장에 비싸게 팔아 수익을 빼 가고, 한국공장 생산품을 싸게 사서 이익을 남겨 먹기도 한다. 한국공장에서 생산을 많이 할수록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희한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다.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기술료를 한 푼도 지원하지 않고 고급기술을 가져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한국지엠·르노삼성·쌍용자동차 등 우리나라에 진출한 완성차 외투기업의 현실이다. 자동차산업은 판매·정비·연료·금융·철강·비철금속·전기전자·석유화학·고무·기계·섬유 등 전후방 고용·산업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수 없다. 1998년 현대자동차의 1만명 구조조정, 2001년 대우자동차의 2천명 정리해고, 2009년 쌍용자동차의 4천명 인력감축이 다시 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금속노조와 은수미 민주당 의원·김제남 진보정의당 의원이 2일 오후 국회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완성차 외투기업 실태와 문제점, 올바른 자동차산업 발전 전망’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외국자본을 규제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 산업정책의 변화와 국내외를 아우르는 노동자 간 연대를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발제를 맡은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은 “글로벌 자본들은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양보하는 쪽에 생산물량을 배정하는 방식으로 경쟁을 유도한다”고 비판했다. 지엠이 통상임금 문제 해결을 전제로 투자를 제안하거나, 임금협상에서 소형차 아베오의 해외이전을 언급하면서 주간연속 2교대제 실시의 어려움을 주장하는 사례를 두고 하는 말이다.

오 정책위원은 “지엠의 구조조정으로 브라질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거나 르노가 프랑스 노동자 7천500명을 구조조정할 때 해당 국가 대사관 앞 시위, 지지성명 발표, 투쟁기금 모금 등 초보적인 수단부터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명기 한남대 교수(중국통상학)는 각국 폭스바겐 노동자의 사례를 들면서 국제연대를 강조했다. 독일노조(2개)와 폴란드노조는 물량을 놓고 경쟁을 하다 2003년부터 세미나 개최 등 연대를 시작했다. 그 결과 한 노조가 파업을 할 경우 자신의 공장에서 대체생산을 하지 않고, 3개 공장 간 물량이전이 고용불안을 부를 때는 모든 공장이 회사계획을 거부하기로 했다. 독일노조가 회사를 압박해 폴란드공장 신규투자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정 교수는 “한국공장이 경쟁력을 유지하고 해외공장과 보완관계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노동의 국제적 연대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제적인 노동연대는 당장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중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국내에 있는 3개 외투기업노조만이라도 공동으로 투쟁기금·고용안정기금을 조성해 언제 올 지 모르는 큰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생산직·사무직종 간 연대와 지역사회와의 연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외투기업노조가 임금인상 요구만이 아니라 국내공장의 장기 발전전략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은 “외투기업의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감시는 노조밖에 할 수 없다”며 “본사와 한국법인의 관계부터 장기 발전전략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획득하고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르노삼성차 경영위기 분석연구팀 연구위원인 문영만 금속노조 SNT모티브지회장은 “노조와 지회가 르노삼성차의 중장기 발전전망에 대한 특별단체협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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