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노련

박근혜 정부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의 초안이라고 할 수 있는 보고서가 공개됐다. 하지만 여전히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국조세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주최로 22일 오후 서울 양재동 The-K 서울호텔에서 열린 '공공기관 정책방향 정립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박진 센터 소장은 '신정부의 공공기관 정책방향(안)'을 발표했다.

이날 토론회는 이달 말로 예정된 정부의 공공기관 합리화 계획 발표에 앞서 학계·노동계·공공기관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박 소장은 "보고서의 기본 방향은 기재부와 의견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보고서가 사실상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의 초안인 셈이다.

박 소장은 보고서를 통해 "그동안 공공기관의 성과 극대화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경쟁이 심화되고 사회적 책임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며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확대하고 협업과 개방을 전제로 한 맞춤형 국민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따라 △대국민 공공정보 공개 확대 △공공기관 간 협업 활성화 체계 구축 △공공기관 재무건전성 강화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 개편을 제안했다. 박 소장은 "공공기관 간 협업을 촉진하기 위해 별도의 평가와 인센티브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협업이 부진할 경우 기능점검 등을 통해 조직융합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협업 활성화, 구조조정·통폐합의 다른 말"

토론자들은 대부분 혹평을 내놨다. 지난달 초 기재부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공공기관의 부채를 관리하고, 책임경영을 강화해 대국민 서비스 질을 높이겠다"며 제시한 방안에서 진전된 게 없다는 평가다.

권해수 경실련 정부개혁위원은 "협업에 대한 부분 외에는 정책에 변화가 없다"며 "과거에 대한 평가와 진단 없이 피상적인 개선책만 나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 맞춤형 서비스 제공의 핵심과제로 제시된 공공기관 간 협업 활성화에 대해서도 우려가 이어졌다. 특히 "협업이 부진할 경우 기능점검을 통해 조직융합을 하겠다"는 내용이 구조조정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은 "협업이 부진할 경우 기능점검을 통해 조직융합을 검토하겠다는 것은 구조조정이나 통폐합의 다른 말"이라며 "협업 활성화가 조직융합으로 포장된 구조조정·통폐합으로 귀결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은 "정부가 고용률 70%의 전진기지로 공공기관을 이용하려는 게 아니냐"며 "협업을 강조하는 것도 공공기관에서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명분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경호 공공노련 사무처장은 "공공기관의 협업을 얘기하기 전에 과거를 먼저 리뷰해 봐야 한다"며 "98년 외환위기 당시 해고·아웃소싱을 반복해 공공기관의 역량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협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아웃소싱한 것부터 원상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철 연구위원은 공공기관 부채 문제에 대해 "부채의 원인을 공공기관에 떠넘기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공공기관 부채 문제를 부각시켜 공공기관에 대한 관료적 통제를 원활하게 하려는 정치적 효과를 모색한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며 "정치적 의도가 배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호 사무처장은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선진화 정책을 가열차게 추진해 왔지만 평가는 참혹하다"며 "새 정부의 공공기관 정책은 이명박 정부 정책을 반면교사해 민영화·통폐합만 안 하면 된다"고 잘라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