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산업연맹과 투표권보장공동행동은 22일 오전 서울시청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노동자의 투표참여를 위해 관급공사 현장에서 오전 작업만 하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진=제정남 기자)

서울에 거주하는 김아무개(47)씨는 수도권 지역의 인력시장을 찾아다니며 일을 하는 건설일용직노동자다. 새벽 5시께 집을 나와 인력시장에서 채용이 이뤄지면 새벽 6시30분에 현장에 도착한다. 아침밥을 먹고 아침체조를 한 뒤 일을 시작하는 시간은 보통 아침 7시다. 8시간 근무라고 하지만 건설현장은 보통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에 하루일과를 접는다. 여름철 퇴근시간은 저녁 7시가 넘어가기 일쑤다. 겨울철에도 6시는 돼야 퇴근한다. 연말 대선에서 투표하라고 독려하던 건설노조 관계자와 만난 김씨는 "투표 당일 일감이 있으면 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특수고용노동자인 덤프트럭 운전기사 황아무개(53)씨는 공직선거에서 투표를 한 지 꽤나 오래됐다. 덤프노동자는 한 번이라도 더 짐을 실어 나르기 위해 건설현장에 새벽 6시부터 나와 줄을 서서 대기한다. 일감이 언제 떨어질지 몰라 건설현장의 모든 업무가 마무리될 때야 차량을 돌린다. 황씨는 "투표일이라서 일을 못한다고 하면 다음 계약에서 제외되는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대선 투표 가능성에 대해 고개를 저었다.

대선을 앞두고 투표시간 연장에 대한 정치권의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건설노동자들이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고 나섰다. 22일 건설산업연맹(위원장 백석근)에 따르면 200만명으로 추산되는 건설노동자 중 70% 이상이 특수고용직이나 임시일용직이다. 날씨로 인해 공사가 중단되지 않는 이상 이들은 새벽부터 해 질 녘까지 장시간 노동을 피할 수가 없다. 건설기업의 사무직 노동자들도 생활흐름은 일용노동자들과 비슷하다. 지방 건설현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사무직은 부재자투표를 하지 않는 이상 투표에 불참할 수밖에 없다.

노동계는 선거일을 유급휴일로 지정할 것과 투표시간 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반대에 가로막혀 있는 실정이다. 건설산업연맹과 투표권보장공동행동은 이날 오전 서울시청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노동자의 투표참여를 위해 관급공사 현장에서 오전작업만 하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건설노동자를 비롯해 비정규 노동자들의 투표권 보장을 위해 중앙정부 차원의 법 개정 논의가 있지만 지자체 또한 자기 역할과 책임이 있다"며 "지자체가 발주한 건설현장에 오후 3시까지만 일을 하도록 지시하면 수많은 건설노동자들이 투표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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