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회계조작 의혹에 휩싸인 쌍용자동차의 2008년 재무제표를 감리하면서 의도적인 부실을 발견하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쌍용차의 당시 재무제표는 대규모 정리해고의 근거로 사용돼 이후 이어진 파업과 경찰의 강경진압, 잇단 노동자 사망의 원죄가 됐다.

노회찬 진보정의당(준) 의원은 9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융감독원이 쌍용차 재무제표를 감리하는 과정에서 자산의 사용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고정비 배부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도 이를 묵살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해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가 제출한 쌍용차 회계조작 신고서에 따라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2008년 재무제표를 감리했다. 쌍용차는 손상차손을 과다하게 산출하는 방식으로 회계를 조작해 실제 자산가치를 떨어뜨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노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아 이날 공개한 감리보고서에 따르면 금감원은 손상차손 과다산출의 이유를 밝혀냈다. 금감원은 감리보고서에서 “전체적으로 일정하게 발생하는 고정비가 기존 차종에 상대적으로 과다하게 배부돼 차종별 수익성이 왜곡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고정비 배부액이 차종별로 과다하게 배부되면 결과적으로 사용가치가 낮게 책정되고 그 결과 유형자산에 대한 손상차손이 금액이 커진다”고 말했다. 손상차손은 장부가와 실제 매각했을 때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의 차이를 뜻하는데, 사용가치가 곧 회수가능가액이다.

그럼에도 금감원은 “실무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쌍용차가 주장한 고정비 배부방식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노 의원은 “고정노무비 등이 차종별 유형자산에 과다하게 배부돼 사용가치가 낮아졌다”며 “손상차손으로 쌍용차의 자산가치를 낮췄다는 회계조작 의혹을 금감원은 현실적인 이유를 대며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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