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지난 20일 쌍용차 청문회가 끝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26일 회의에서 국정조사 발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번 청문회를 통해 밝혀진 바는 사실 쌍용차 정리해고가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됐으며, 법적으로도 부당했다는 것이었다. 현재 진행 중인 정리해고 관련 소송의 내용을 가지고 청문회에서 밝혀진 것들이 어떻게 정리해고 정당성의 근간을 흔드는 것인지 살펴본다.

첫째, 법원은 쌍용차 정리해고에 대해 다음과 같이 규정을 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진행된 서울남부지법 판결은 “해고는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회사의 도산이라는 위기를 피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이루어진 경영상의 선택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정리해고가 적법하다고 적시하고 있다. 사측이 밝힌 유동성 부족은 1월 말 만기어음 920억원, 4월 말 만기 회사채 1천5백억원을 갚을 능력이 없고, 미래에 현금 수입으로 이를 갚을 가능성도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거짓임이 이번에 확실하게 밝혀졌다. 심상정 의원이 폭로한 외교통상부 기밀문서에 따르면 상하이시 상무위원회 관계자가 상하이차 철수의 이유를 “경제적 이유가 아닌 정치적 이유”임을 밝혔다. 기술유출에 대한 검찰 수사와 노조 감시가 싫어서 떠난다는 것이다. 상하이차는 상하이시가 실질적으로 지배한다. 상하이차의 발언과 같다는 것이다. 한국 외교부 보고자 역시 상하이차 철수의 이유를 기술유출 수사에 대한 정치적 목적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 정부, 그리고 상하이차가 회사 도산의 이유를 모두 정치적 이유라고 하고 있다. 정치적 이유의 해결을 위해 정리해고를 하는 것은 1심 법원이 판단한 경영상의 선택으로 볼 수 없다.

둘째, 생산부분 2천185명 구조조정의 근거였던 삼정KPMG 회계법인의 보고서의 차당 생산시간(HPV) 역시 신뢰할 수 없는 자료를 가지고, 왜곡된 비교를 통해 이뤄졌음이 밝혀졌다. 서울남부지법은 정리해고의 경영상의 이유를 유동성 위기와 더불어 “이 사건 검토보고서에 의하면 삼정KPMG는 향후 생산판매계획 및 적정 사무직 규모 등을 고려해 총 2천646명 규모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점”에서 찾고 있는데, 이 삼정KPMG의 구조조정 인원 산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삼정이 구조조정 인원, 특히 생산부분 인원조정에 사용한 근거를 살펴보자.

삼정은 생산부분 구조조정 인원감축이 필요한 이유를 보고서 생산부분 챕터 첫 번째 장에서 쌍용차의 차당 생산시간이 81로, 동종업체 현대 31, 기아 37보다 길기 때문이라고 쓰고 있다. 그리고 이 자료는 국제 컨설팅 업체인 올리버와이번(하버리포트)에서 인용했다고 밝혔다.

근데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우선 하버리포트에는 쌍용차는 물론, 현대·기아도 차당 생산시간을 측정하고 있지 않다. 아예 조사 대상도 아니다. 보고서가 인용한 2006년 하버리포트는 지엠·포드·혼다 미국공장 등 북미 공장만을 다루고 있다. 허위 기재다. 더군다나 실제 하버리포트에 쓰인 미국 업체들의 차당 생산시간은 삼정이 인용한 것보다 모두 높다. 청문회에서 삼정은 이를 쌍용차 사측 자료를 그냥 가져다 썼다고 밝혔다. 사측 계획의 타당성을 검토하겠다는 삼정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를 아무런 검증도 없이 그냥 쌍용차 말만 듣고 썼다는 것이다. 신뢰성이 시작부터 무너진 보고서다.

다음으로 하버리포트가 업체별로 비교를 할 때는 비슷한 차종을 생산하는 업체끼리 비교를 한다. 예를 들면 GM의 대형 SUV 브랜드인 험머나, 상용차는 빠진 다는 것이다. 그런데 삼정은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실제 하버리포트에서는 비교 대상에서도 빠지는 대형 SUV 공장인 쌍용차 평택공장을 소형·중형 승용차 공장과 비교했다. 인용도 허위로 했고, 수치의 비교 방식도 틀렸다는 것이다.

보고서의 다음 장에서부터 삼정은 구조조정 인원을 일사천리로 계산한다. 쌍용차 작업공정의 현실과 상관없이, 현대차나 도요타에서 사용하는 시간 테이블에 근거해 작성된 작업공정 당 시간을 갖다 놓고 생산공정의 총 시간을 계산했다. 그 다음 생산량이 1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2011년에 차당 생산시간이 동종업체와 비슷한 30시간대로 낮아지고, 20만대를 넘어서는 2014년께에는 30시간이 되기 위해서 2천185명이 없어져야 한다고 산정했다. 생산 부분 인원이 줄면 총노동시간이 줄고 차당 생산시간이 준다.

허위 자료에 왜곡된 비교를 갖다놓고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쌍용차 실제 생산현장은 고려도 하지 않은 채 얼토당토하지 않은 인력 조정안을 계산한 것이다. 이게 22명을 죽음으로 내몬 2천646명 구조조정 계획의 내용이다. 법원이 삼정이 내서 과학적일 것이라고 인정한 보고서의 실내용이 이렇다는 것이다. 당연히 정리해고의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된 삼정 보고서는 근거가 될 수 없다.

쌍용차 정리해고가 이대로 합리화된다면, 한국에서 불가능한 정리해고는 없어질 지도 모른다. 간단하게 회계 수치 바꾸고, 생산성 지표 좀 손보면 모두 정리해고를 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jwhan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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