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상임위원회나 특별위원회 회의장을 가 보면 흔히 연출되는 장면이 있다. 꾸짖는 야당과 해명하는 정부기관. 여당은 상황에 따라 야당도 거들었다가, 행정부도 거든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의 공직선거법 헌법 불합치 판결에 따라 문을 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업무보고를 하는 소관기관을 공격하는 새누리당과 고개 숙이지 않는 행
건설현장은 매일이 전쟁터다. 영국동화 처럼 자고 일어나면 쑥쑥 자라는 게 우리나라 건물이다. 공사 기간이 길어질수록 비용이 많이 든다. 그런 탓에 현장에서 일하는 건설노동자와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안전사고는 늘 찰나의 순간에 발생한다. 건설현장 신호수는 건설노동자와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작업을 통제하고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공공영역에 대한 정부의 민영화 시도가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고 있다. 철도·의료 민영화를 밀어붙인 정부가 이젠 교육을 외국자본의 돈벌이로 전락시키려 하는 듯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일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제주영어교육도시 내 국제학교 이익잉여금의 배당을 허용하는 과실송금 제도를 도입하
“디플레이션 우려가 크다. 임금인상 없이는 내수가 살아날 수 없다. 기본적으로 경기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이 올라야 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4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주최 조찬강연에서 쏟아 낸 말이다. 그는 “최저임금을 빠른 속도로 올려야 한다”고 했다. 대한민국 경제수장이 디플레
최근 속초의료원이 반론보도를 요구하느라 바쁘다. 속초의료원 파행운영에 박승우 원장의 책임이 있다는 보건의료노조의 주장을 인용보도한 언론사가 대상이다. 지난해 12월17일부터 이달 9일까지 등 7개 언론사에 반론보도문이 게재됐다. 노사관계 파행의 원인이 노조 주장처럼 박 원장이 노사합의안을 파기했기 때문이 아니라 노조가 '일방적인
압력밥솥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압력을 제어하는 기술이다. 압력의 정도가 밥맛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자취생을 위한 1인용 밥솥이든, 대가족을 위한 10인용 밥솥이든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거기에 적용된 압력 제어기술이 밥맛을 좌우한다. 외국계 자본의 ‘기술 먹튀’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하이디스테크놀로지에서 생산되는 LC
지난해 여름이었다. 친분이 있던 고용노동부 고위 관계자를 오랜만에 만나 점심식사를 했다. 안부를 묻고 일상 얘기를 하다 비정규직 문제가 주제가 됐다. 그는 “기업들이 돈을 아끼려고 하도급을 늘리다 보니 비정규직이 늘어났다. 이러다가 우리 애도 평생 비정규직으로 살까 봐 걱정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고위 공무원
나라가 온통 갑질 논란에 휩싸여 있다. 지난해 서울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경비노동자 분신사건을 비롯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최근 주차요원에게 폭언을 하고 무릎을 꿇린 모녀의 갑질 사건까지 국민적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그나마 해당 사건들이 국민적 관심을 등에 업고 부족하나마 권선징악적인 결론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싸움의 서막이 올랐다. 노사정은 내년 3월까지 고용·임금·비정규직·사회보장제도에 이르기까지 노동시장의 틀을 뒤흔들 만한 주제를 가지고 협상을 벌인다. 5개 의제에 세부과제가 14개나 되는데, 어느 하나 만만한 게 없다. 임금만 보더라도 작게는 통상임금·임금피크제부터 넓게는 임금체계 변환까지 마음만 먹는다면 다루지 못할 주제가 없을 정도다. 정부는 오랫동
“헌법재판소가 어디 헌법재판소였던 적이 있나요?” 헌법재판소가 19일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 해산심판 선고를 내릴 예정인 가운데 한 당직자가 한숨처럼 뱉은 말이다. 그가 헌법재판소 대신에 붙인 이름은 다름이 아닌 ‘정치재판소’였다. 한 나라 최고의 사법기관이 어쩌다 이런 비아냥을 듣게 됐을까. 이유는 따로 없다. 헌법재판소가 그동안 보여 온 정치적 편향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맞춰 노사합의를 도출했던 강원랜드에 다시 시선이 쏠리고 있다. 조용일 노조위원장이 임금협약 이행을 촉구하며 지난 2일부터 단식농성에 돌입했는데 요구 대상이 회사 대표가 아닌 정부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낙하산 인사를 지키기 위해 기존 노사협약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조에 따르
자살 천국이다. 일터에서, 입시전쟁에서 밀려난 이들의 죽음의 행렬이 늘어만 간다. 올해 9월 통계청이 '2013년 사망원인통계'를 발표하자 지방자치단체들은 "우리 지역 자살률이 가장 낮다"는 식의 보도자료를 쏟아 냈다. 전 세계 자살률 1위인 우리나라의 민낯이다. 이달 7일 부산에서 생활고를 비관한 모녀가 방안에서 착화탄을 피운 채 자살했다. 대학수학능력
“돈도 직업도 팬티도 없다.” 웃픈 캐치프레이즈로 1998년 봄날 극장가를 사로잡은 영화가 있었다. 세계적으로 흥행한 영화 ‘풀몬티(Full Monty)’다. 영화는 당시 외환위기에 처한 한국 상황과 맞물려 흥행에 성공했다. 양복을 입고 산으로, 옆 동네 놀이터로 출근하던 우리의 아빠들은 영화를 보고 울고 웃었다.
최근 LG유플러스 서비스기사 A씨는 백지 급여명세서를 받았다. 그는 4살 난 첫째와 곧 태어날 둘째의 아빠다. 노조를 하기 전에는 매년 원청으로부터 우수 직원으로 뽑혔다.그런데 올해 8월 폭우가 쏟아져 전신주에 올라가기 어렵다고 하자 "쫓아가 죽여 버리겠다"는 폭언을 쏟아낸 고객에게 화를 냈다고 두 달 동안 업무를 배당받지 못했다. 그와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 미리 밝히면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는 민주노총 조합원이다. 매달 급여에서 조합비가 빠져나간다. 12월에 실시되는 민주노총 임원직선제에 참여할 것이다.오늘은 조합원의 입장에서 민주노총 임원직선제에 대해 느낀 몇 가지를 이야기해 보려 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노동계 언저리에서 민주노총의 임원직선제 논의 과정을 지켜본 매일노동뉴스
"내부를 잘 아는 사람이 와야 한다는 걸 '노치(勞治)'라고 하면 세상이 뭔가 잘못된 거 아닙니까?"성낙조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의 하소연이다. KB금융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KB국민은행지부가 난데없이 '노치'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6일을 기점으로 보수·경제지들이 일제히 "
“누가 필수공익사업을 하청 주나요?” 1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내 중앙노동위원회 앞에서 만난 이경재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장은 한숨을 내쉼과 동시에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사연은 이렇다. SK브로드밴드의 인터넷이나 IPTV·인터넷전화 개통과 AS업무를 위탁받은 협력업체들과 노동자들은 중노위에서 쟁의조정을 받고 있다. 그런데 업체들의 문
박근혜 정부를 함축할 만한 핵심적인 키워드를 하나 꼽자면 ‘불통’이다. 이를 뒷받침할 만한 사건이 최근 벌어졌다. 지난달 말 양대 노총을 비롯해 100여개의 노동·시민단체로 구성된 ‘의료 민영화·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가 청와대 인근 서울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
19대 국회 후반기 환경노동위원회의 앞날이 걱정이다. 환노위 구성 과정과 소속 의원들의 면면을 곱씹어 볼수록 우려가 커진다. 후반기 환노위는 구성에서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다. 올해 6월24일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전반기 여당 7명·야당 8명이던 환노위를 새누리당 8명·새정치민주연합 7명으로 조정한 원구성에 합의했다. 야
“우당탕!”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발길질 한 번에 폴리스라인이 우르르 쓰러졌다. 발길질은 연거푸 이어졌다. “왜 사람이 들어오는 걸 막느냐”는 고성이 귓등을 때렸다. 경찰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폴리스라인을 다시 세웠다. 지난 27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 꾸려진 세월호 유가족의 농성장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