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필수공익사업을 하청 주나요?”

1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내 중앙노동위원회 앞에서 만난 이경재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장은 한숨을 내쉼과 동시에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사연은 이렇다. SK브로드밴드의 인터넷이나 IPTV·인터넷전화 개통과 AS업무를 위탁받은 협력업체들과 노동자들은 중노위에서 쟁의조정을 받고 있다.

그런데 업체들의 문제제기로 조정기간이 열흘에서 보름으로 늘어났다. 노동자들이 하는 업무가 ‘공중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거나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공익사업으로 분류된다는 것이 사용자들 입장이었고, 중노위는 이를 받아들였다.

이 지부장을 어이없게 만든 것은 따로 있었다. 최근 서울지방노동위원회를 비롯한 5개 지노위가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 쟁의행위시 필수유지업무 유지·운영수준과 관련해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사용자들이 노동위원회에 필수유지업무 유지·운영수준을 결정해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설치와 유지·보수 업무가 정지되면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경제를 저해하고 그 업무의 대체가 용이하지 않다”는 궤변이다.

사용자들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알다시피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수많은 협력업체를 두고 있다. 지역센터만 각각 90여개와 70여개다. 재하도급업체도 적지 않다.

업무가 정지되면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는 사업을 하면서 수많은 하도급을, 그것도 재하도급까지 이어지는 것을 두 통신대기업이 방치하고 있다는 뜻이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필수공익사업은 하청을 줘서는 안 된다는 내용은 없다. 반대로 필수공익사업을 하도급하는 사례도 찾아보기 힘들다. 노조 쟁의행위를 앞두고 느닷없이 등장한 필수유지업무.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평소 사업의 공익성에는 큰 관심도 없이 수많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양산해 쥐어짤 대로 쥐어짜다가 이제 와서 “공중의 일상생활”을 얘기하면 누가 믿을까. 다른 협력업체를 통해 노조 쟁의행위시 언제든지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있으면서 “업무의 대체가 용이하지 않다”고 주장하면 누가 곧이곧대로 들을까. 과연 누가 공중의 일상생활을 위협하는 것인가.

노동위원회는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에 대한 필수공익사업 지정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위의 상식적인 결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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