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지도부가 강승규 전 수석부위원장의 비리혐의 책임을 지고 임기를 단축한 뒤 조기선거를 실시키로 했다. 또 이수호 위원장은 조기선거 불출마를 선언했으며 지난 9일 결정한 직무정지를 해제했다.

민주노총은 11일 오전 10시30분 기자회견<사진>을 열어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 전원은 하반기 투쟁에 대한 책임을 다해 투쟁을 끝내는 즉시 조기선거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또 이수호 위원장은 “수석부위원장 지명권자로서 무한 책임을 지고 이후 민주노총 선거에 출마하지 않음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또 “시급한 비정규법안 문제와 노사관계로드맵 강행저지, 과감한 비리 청산을 통해 향후 조직혁신의 기초를 닦는 사업을 남은 기간동안 최선을 다해 책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수호 위원장은 조기선거 시기와 관련해 “하반기 투쟁은 국회 일정과 밀접히 관련돼 있다”며 “시기를 못박기 힘들지만 국회일정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위원장은 또 “하반기 투쟁의 성과와 상관없이 조기선거에는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호 위원장은 전날부터 진행된 밤샘회의에서 자진사퇴 의사가 강했는데도 당분간 현체제 유지를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대중조직이 책임을 과도하게 지면서 즉각적인 총사퇴하는 것에 대해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 일관된 소신이었고 개인비리이기 때문에 전체지도부가 책임지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위원장은 “혼자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피력했지만 모든 지도부 동지들이 동반사퇴하겠다는 주장을 했다”며 “동반사퇴가 가져올 조직의 공백과 혼란을 걱정했고, 특히 하반기 투쟁을 앞두고서 그 뒤에 총사퇴하는 형식으로 정리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의 이런 결정에 대해 이수봉 대변인은 “사실상 총사퇴하고 조기선거를 실시하겠다는 것으로 하반기 투쟁의 성패를 (선거에)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민주노총 결정에 따라 지난 9일 스스로 직무정지를 선언했던 이수호 위원장은 이를 해제했으며, 오전에 예정된 국회환노위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또 규약에 “임기가 6개월 이하로 남으면 보궐선거가 아닌 조기선거를 실시할 수 있다”고 명시됨에 따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조기선거를 결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민주노총 지도부가 즉각즉인 총사퇴가 아닌, 내년초 총사퇴 및 조기선거를 결정했지만, 이수호 집행부는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하고 2년만에 중도사퇴하게 됐다.

95년 출범한 민주노총은 그동안 권영길 전 위원장이 97년 대선출마로 임기 도중 사퇴했으며 뒤를 이은 배석범 직무대행이 98년 노사정합의 부결사태로 사퇴한 바 있다. 이어 당선된 이갑용 집행부가 1년만 임기를 수행하겠다는 공약에 따라 1년5개월만에 사퇴했다. 또 단병호 위원장이 구속되면서 직무대행을 맡았던 허영구 전 수석부위원장 및 지도부가 2002년 4월 발전노사합의 책임을 지고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한 바 있다.

한편 지도부거취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즉각적인 지도부 총사퇴 주장도 만만찮게 나와, 민주노총 결정에 대해 일부에서 강하게 반발하는 등 내부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실질적인 총사퇴, 다음선거 무조건 불출마”
- 하반기 투쟁이 끝나면 조기선거를 치른다고 했다.
"하반기 투쟁 목표는 비정규문제 해결과 노사관계로드맵 저지다. 이것이 이뤄져야 하며 국회일정과 맞물려 있다. 국회가 끝나면, 싸울래야 싸울 수가 없다. 그때는 싸움 결과가 나타날 것이고 선거에 들어갈 것이다."


- 당초 위원장직에서 물러난다고 했는데.
"이번 사태에 대해서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게 일관된 소신이었다. 하지만 민주노총, 대중조직이 책임을 과도하게 지면서, 즉각적으로 총사퇴 하는 것에 대해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본다. 특히 이번 사건은 업무와 관련된 게 아니라서 전체 지도부가 책임지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혼자 책임지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그런 의사를 강하게 피력했지만 모든 지도부 동지들이 ‘위원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데 남아서 일을 할 수가 없다’는 의사를 강력히 표현했다. 동반사퇴가 가져올 조직의 공백과 혼란을 우려했다."


- 자진사퇴 의사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결정이 왜 바뀌었나.
"대중들에 대한 실질적 책임과 도의적, 정치적 책임을 고민했다. 밤샘 회의 하면서 비대위 구성, 직무대행체제 등으로는 하반기투쟁을 돌파하기 힘들다는 중집위원들의 판단에 따라 하게 됐다.  실질적인 총사퇴를 하는 것인데, 시기는 두세달, 내용으로는 하반기 투쟁이 끝난 뒤다."


- 하반기투쟁에 성과가 있더라도 사퇴하나.
"오늘 제안한 내용대로 진행할 생각이다. 다음 지도부가 새롭게 구성되는 선거에는 출마 안한다."


- 오히려 선거준비를 하면서 하반기 투쟁에 타격 안 주겠나.
"이번 하반기투쟁 내용은 그런 수준이 아니다. 총파업 집행은 전체 연맹과 지역본부의 일관된 결정이고 지난 35차 9월23일 대대에서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그래서 이 하반기 투쟁보다 우선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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